윤석열 "정치중립 지킬 것" 野 "그런 분이 정권실세 만났나"

윤주헌 기자 김형원 기자 최연진 기자
입력 2019.07.09 04:00

[검찰총장 청문회]
"2015년부터 양정철과 만남… 출마 권유하길래 거부했다"
"검경 의견 다를 땐 소추권자 우선" 수사권폐지 반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2015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만남을 가졌고, '총선 출마 제의'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후보자는 이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약속 드린다"고 했지만, 야당은 "최근까지도 정권 실세와의 만남을 가져왔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고 했다.

◇"2015년 첫 만남서 양정철이 출마 제의"

이날 청문회 답변을 종합하면 윤 후보자와 양 원장은 2015년부터 올해 2월까지 최소 세 차례 만났다. 윤 후보자는 "2015년 말 대구고검 근무 시절에 가까운 선배와의 식사 장소에 나갔더니 그분(양 원장)이 나와 있었다"며 "(당시 양 원장으로부터 출마 요청을 받고) '정치에 소질 없고, 정치할 생각도 없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윤석열 청문회, 정치중립 훼손 공방 -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하고 있다. 윤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지만, 윤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2015년 이후 수차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덕훈 기자
윤 후보자에 따르면, 양 원장은 이듬해인 2016년에도 전화 통화로 "(민주당 후보로) 총선 출마하라"고 요청했다. 윤 후보자는 "당시 공직 사퇴 기한이었는데, 야인(野人)이던 양 원장은 몇 차례 전화로 간곡히 출마를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그해 윤 후보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 됐다.

두 사람의 만남은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이후에도 지속됐다. 윤 후보자는 이날 "가장 최근에 만난 건 지난 2월, 그 이전은 작년 여름이나 재작년 말쯤에 한 차례 만났다"고 했다. 만남의 성격에 대해 윤 후보자는 "저나 그분(양 원장)이나 술을 좋아해서, 지인들과 함께 한잔하고 헤어졌기 때문에 중요한 이야기를 논할 만한 그런 자리는 아니었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복심을 특별한 이유 없이 여러 차례 만났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정치 공세"라며 윤 후보자를 방어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정치권 인사를 만나서 밥 먹은 게 의혹이 되거나 질문이 되어선 안 된다"며 윤 후보자에게 "야당 정치인과도 식사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자는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그런 적도) 더러 있었다"고 했다. 한국당에선 "정권 실세로 정부 인사와 총선 공천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양 원장을 만나는 것과 야당 정치인들을 만나는 것을 동일 선상에 두는 것은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윤 후보자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으면서 '공개 항명' 파동을 일으켰었다. 이 일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은 뒤 한직에 머물던 그는 최순실 특검으로 복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한 데 이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양정철 원장은 윤 후보자와의 '부적절한 만남' 논란에 대해 "제가 얘기하는 것보다 윤 후보자가 말하는 것이 국민께 신뢰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 부정적… 공수처 설치엔 "동의"

윤 후보자는 이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인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자는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은 소추(訴追·재판에 넘김)"라면서 "검경의 의견이 다를 경우 소추권자의 의견이 우선"이라고 했다. 범죄 피의자를 재판에 넘겨 유죄를 이끌어 내는 사람은 검사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검찰의 지휘 내용을 경찰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검찰의 직접 수사 폐지'와 관련해서는 "국가 전체적으로 반부패 대응 역량이 강화되고 제고되면 (직접 수사를) 꼭 검찰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윤 후보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는 찬성한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 개별 조항에 대해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부정부패에 대한 대응력이 강화되는 점에서 동의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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