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앙과 지방이 세금을 나눌 때 꼭 필요한 선행작업

김재훈 한국지방재정학회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9.07.09 03:14
김재훈 한국지방재정학회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방세 비중을 높여 국세·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정부는 이 공약 실현을 위해 지난해 10월 '재정 분권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소비세율을 2020년까지 현행 11%에서 21%로 연차적으로 올리고, 소방안전교부세율도 20%에서 45%로 인상해 지방세 수입을 증가시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방안에는 기존 중앙정부가 돈을 댔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일부 보조 사업(약 3조5000억원 규모)을 지방으로 넘기는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방이 얻는 수입이 더 많다. 실제로 지방 재정은 올해 2조9000억원, 2020년 8000억원의 '수입 순증'을 얻을 전망이다. 이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국세를 지방세에 이양해도 그 결과는 2018년 기준 24%인 지방세 비중을 2%포인트 높이는 것에 불과해 대통령 공약인 7대3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왜 국세·지방세 비율이 7대3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세 비중이 40%인 일본의 예를 들면서 우리나라의 24%가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본산(本山)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은 이 비율이 6%에 불과하고, OECD 국가들의 평균은 20.2%에 불과하며, OECD 국가 가운데 단일형 국가들의 평균은 15.7%에 불과하다.

사실 '국세와 지방세를 어떠한 비율로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관한 논의는 '정부의 기능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사무의 성격에 따라서 공공재를 국가 공공재와 지방 공공재로 구분하여 국가와 지자체에 배분하고, 그 공공재를 각각 처리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재원이 얼마나 되는가를 따져서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방자치가 실시된 1991년 이후에도 이러한 체계적인 기능 배분 노력은 게을리했고, 국가와 지자체 간의 재원 배분도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하는 땜질식 접근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국가와 지자체의 기능은 원칙 없이 서로 얽혀 비효율적인 재원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어느 곳에 살든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인 기초연금과 같은 복지 사무는 최저 국민 수준(National Minimum)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국가가 전담해야 함에도 시·도 및 시·군·구가 재원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지원이나 국도 관리와 같이 지자체가 수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사업들도 여전히 국가가 수행하고 있으며, 사회 서비스와 같이 지방적 성격의 사무에도 국가가 관여하고 있다.

올해부터 추진될 예정인 2단계 재정 분권은 체계적인 기능 분석에 입각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기능 조정이 선행되고, 이에 근거해 국세의 지방세 이양이 논의되는 합리적인 접근 방식에 의해서 이뤄졌으면 한다.


조선일보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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