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시즌 끝나자… '어구 공해' 시달리는 연평도

연평도=고석태 기자
입력 2019.07.08 04:10

어장 보호 위해 어선 당 어구 사용량 규정 있지만 무용지물
"규정대로 하면 우리만 손해… 꽃게는 중국이 몽땅 쓸어갈 것"

지난 6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당섬 선착장 인근에는 검붉은 쇳덩이가 가득했다. 꽃게잡이 닻자망(물속에 옆으로 친 그물) 배들이 사용하던 닻이다. 닻들은 수백, 수천 개씩 무더기를 지어 그물을 연결하는 밧줄 더미와 함께 선착장 옆 주차장과 인근 작업장을 점령하고 있었다. 지난 1일 꽃게 금어기가 시작되면서 꽃게 업자들이 바다에서 꺼내 이곳에 가져다 놨다. 연평도 주민 A씨는 "여기 쌓여 있는 양을 보면 업자들이 규정보다 훨씬 많은 어구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연평도 주변 바다를 청소하면 어구들이 연평도 면적만큼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꽃게잡이 철이 지난 연평도가 불법 어구(漁具) 공해로 신음하고 있다. 연평도 곳곳에는 닻자망 어구뿐 아니라 통발 묶음, 안강망(큰 주머니 모양의 그물) 닻도 눈에 띄었다. 100m쯤 떨어진 연평해전 전승기념비 옆 바닷가에도 닻 50여 개가 보였다. 연평도를 뒤덮은 어구는 업자들이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마구잡이로 동원한 뒤 방치해 놓은 것이다. 금어기가 끝나는 9월에 대부분 다시 바다에 들어간다. 현행 수산자원보호법엔 닻자망 어선 1척당 그물 15틀만 놓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25~30틀을 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50틀 넘게 설치한다. 업자들이 과도하게 가져다 쓴 어구 중 일부를 바닷속에 버려두면서 해양 쓰레기가 양산된다. 안강망 어선 선주 B씨는 "환경 문제 거론하면 연평도 어민은 모두 도산할 것"이라며 "통발도 2500개가 기준이지만 어떤 사람은 7500개를 넣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 6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당섬 선착장 옆에 마구잡이로 방치된 어구들이 쌓여있다. 스티로폼 부표, 쇠닻, 밧줄과 그물더미 등이다. 이 어구들은 꽃게 금어기가 시작된 지난 1일 바다에서 건져 올려졌다. 주민들은 “밖에 나와 있는 어구의 양을 보면 규정보다 훨씬 많은 어구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바다에 버려진 어구들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당섬 선착장 건너편엔 바다에서 건져 올린 폐그물 등을 쌓아놓은 해양 쓰레기장이 있다. 폐어구에 달라붙은 해양 생물이 부패하면서 풍기는 악취가 쓰레기장 인근에 진동한다. 민원이 잇따라 옹진군에서 수차례 육지로 반출해 소각했지만 아직도 수백t이 쌓여 있다.

연평도 꽃게잡이 어업인들도 불법 어구 사용을 인정하고 있다. 한 닻자망 선주는 "애초에 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규정대로 하면 우리만 생계에 지장을 입고 꽃게는 중국이나 타 지역 어민들이 잡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8월까지 꽃게 금어기지만 바다에 어구를 그대로 방치하는 어민도 있다. "일손과 장비 부족"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목 좋은 어장을 선점하겠다는 속셈이다. 박태원 평화수역운동본부 대표는 "불법 어구에 대한 단속이 시급하다"며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다간 곧 연평 어장의 자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업인들의 불법 어구 사용을 단속해야 할 행정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연평도 주민 C씨는 "어업지도선이 연평도 인근에 나와 있지만 한 번도 단속에 걸린 적이 없다"고 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해역이 너무 넓어 불법 어구 적발이 쉽지 않다"며 "어민들의 자정(自淨)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꽃게 자원 관리를 위해 총허용어획량제를 서해안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꽃게 금어기인 이달에 322만 마리의 어린 꽃게를 방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연평도 어민은 "지난 6월 초에도 인천시에서 꽃게 치어 100만 마리를 방류했는데 70%가 죽은 상태였다"며 "시의 대책이 실제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평도 어촌계장 신중근씨는 "오는 9일 옹진군 관계자와 어구 실명제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더 강력한 행정 단속으로 과도한 어구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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