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탐지견·수상탐지견, 이제 한국에서도 출동!

대구=조유진 기자
입력 2019.07.06 03:00 수정 2019.07.07 04:13

[아무튼, 주말]
소방청 특수탐지견 훈련 한창

귀와 꼬리에 검은 얼룩이 진 흰 개 '다솔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정이라고 했다. 재난 훈련용 건물을 이 방 저 방 제 집처럼 누비던 다솔이가 뚝 멈춰 섰다. 어느 벽돌 더미 앞에서였다. 한 곳을 빤히 응시했다.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에서 화재탐지견 ‘다솔이’가 훈련관과 함께 방화(放火) 증거물을 찾는 훈련을 하고 있다. 화재탐지견은 유류 검지기에 반응하지 않는 미세한 휘발유 성분까지 찾을 수 있다. /대구=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딸각. "옳지. 잘했어."

다솔이를 지켜보던 훈련관이 클리커(clicker)로 신호를 줬다. 얼어 있던 다솔이가 다시 부산해졌다. 사료가 든 훈련관의 앞주머니 쪽으로 달려들어 몸을 비볐다. 다솔이는 국내 화재탐지견 1호다. 다솔이가 노려본 벽돌 더미 밑에선 밀폐 용기가 나왔다. 휘발유를 묻힌 휴지가 담겨 있었다.

지난 2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 방화 원인을 찾아내는 '화재탐지견' 훈련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일어난 화재 4만2338건 중 방화(447건)나 방화 의심(470건) 화재, 원인 미상의 화재(4037건)는 전체의 11.7%를 차지한다. 누가 무엇으로 불을 냈는지 밝히기 어려운 화재가 많다. 최성철 인명구조견센터장은 "화재 현장은 소방 약재와 물로 흐트러져 화인(火因)을 찾기 어렵다"며 "사람보다 후각이 1만 배 발달한 화재탐지견은 유류(油類) 탐지기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화재 조사에 탐지견을 이용했다.

다솔이는 특수목적견으로 많이 쓰이는 셰퍼드가 아니라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 종이다. 이민균 훈련관은 "스프링어 스패니얼은 환경 적응이 빠르고 활동성이 커 탐지견으로 알맞다"며 "활동 시간이 긴 셰퍼드와 달리 좁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후각을 집중하는 '단거리 선수'인 셈"이라고 답했다.

다솔이는 지난달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오는 10월까지 5개월 훈련을 잘 마치면 방화가 의심되는 현장에서 증거물을 찾는 역할을 맡게 된다. 박병배 훈련관은 "지금은 사람도 느끼는 강한 농도의 휘발유를 묻혔지만, 0.01㎕ 수준의 휘발유 냄새까지 맡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솔이는 목표물을 발견할 경우 짖지 않고 조용히 증거물을 주시하도록 훈련받았다. 방화 물질을 콕 집어내기 위해서다.

중앙119구조본부 인근의 낙동강에서 수상탐지견 '세빈이'가 물에 빠진 대원을 발견해 짖다가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수상탐지견은 수난 사고 현장에서 냄새로 물속 사체를 찾는다. /대구=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인명구조견센터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낙동강에서는 독일산 셰퍼드 '세빈이'가 수상 탐지 훈련을 받고 있었다. 수상탐지견은 사고 현장에서 수면으로 올라오는 익사자의 시신·모발·피부 냄새를 맡는다. 탐지견과 짝을 이루는 조련사와 보트를 타고 이동하며 수색한다. 익사자의 냄새를 맡으면 짖고 물에 뛰어들어 목표물을 알린다. 지난 5월 헝가리 유람선 참사 현장에서는 독일 구조팀의 수상탐지견이 실종자를 찾았다.

경찰 과학수사대에서도 2012년부터 실종자나 시신의 체취(體臭)를 맡는 체취증거견(전국 16마리)을 양성해왔다. 최근 '제주 전(前)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버린 쓰레기봉투와 뼛조각을 찾는 현장에도 체취증거견이 투입됐다. 이민균 훈련관은 "소방의 수상탐지견과 경찰의 체취증거견이 찾으려고 훈련받는 냄새는 같다"며 "수상탐지견은 활동 장소가 육지가 아니라 물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라고 했다.

소방대원들이 세빈이를 고무보트에 태워 강에 띄웠다. 세빈이는 뱃머리에 앉아 있다가 보트가 강에 떠 있는 대원으로 향하자 냄새를 맡고 낑낑댔다. 사람 냄새가 더 진해지자 크게 짖기 시작했다. 세빈이는 생존자를 찾으러 출동하는 인명구조견 출신이다. 자신이 발견한 대원을 보트로 끌어올리기 전까지 계속 짖었다. 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 훈련관은 "오늘은 눈에 보이는 살아있는 사람으로 훈련했지만 냄새를 물속 깊이 숨기는 방향으로 난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세빈이와 다른 훈련견 2마리는 이번 달부터 훈련을 시작해 내년 4월까지 10개월간 수상 탐지 훈련을 받는다.

"치아 하나 기증해주고 가시지요."

최성철 센터장이 이런 농담을 건넸다. 수상탐지견 훈련의 난제는 사람의 살이나 혈흔, 뼛조각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훈련관은 "정확한 반응을 위해서는 교육 재료도 정교해야 한다"며 "과거에 탐지견을 돼지 사체로 훈련한 적이 있는데 폭우 피해 현장에서 사람이 아니라 동물 사체에 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피 묻은 옷도 훈련에 좋지만 의료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병원에서 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현재는 잘라 모아놓은 손톱과 머리카락 같은 유사 냄새로 기초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일보 B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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