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죽도록 경쟁하는 SKY캐슬 아니다"

전주=김정엽 기자
입력 2019.07.04 03:01

경쟁 조장 비판에 졸업생 항변

전주 상산고의 졸업생이 총동창회로 보낸 편지. 상산고가 입시에 매몰된 곳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주는 곳이라는 주장을 담았다. /연합뉴스

"상산고는 드라마 'SKY캐슬'과 같이 과잉 경쟁을 부추기는 곳이 아닙니다."

전북 전주 상산고 졸업생 정모(28)씨는 '상산고가 입시 사관학교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대해 "현실을 모르고 한 말"이라고 했다. 정씨는 3일 본지 인터뷰에서 "일부에서 상산고에 대해 왜곡된 사실을 퍼뜨리고 있어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상산고에서 체험한 것은 왜곡된 학벌주의 의식과 경쟁의식이었다"는 상산고 졸업생의 글을 소개했다. 이 졸업생은 "상산고 재학생들은 의대 진학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중산층 가정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라며 "오로지 의대 진학을 목표로 모인 획일화된 학생들의 공간인 상산고에서는 다양성은커녕 학벌주의와 대입에 찌든 경쟁적 사고만 가득했다"고 적었다. 또 "중간·기말고사 등급, 수행평가 점수를 보면서 스스로 서열화하고 경쟁의식을 느끼고 패배감이 들었다"며 "전국에서 1등, 2등 한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꼴등하고 앉아 있는 것이 큰 상처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정씨는 최근 모교 총동창회에 A4 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보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편지에서 상산고 교육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님, 스스로 공부하며 함께 성장하는 학생들, 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교실 안에서의 교육, 이것이 진정한 교학상장(敎學相長·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함)이고 공교육이 가야 할 모습"이라고 썼다. 정씨는 9년 전 상산고를 졸업했다. 재수를 해 한의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전북의 한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한다.

―상산고의 의대 진학률이 높은 것은 사실 아닌가.

"의대를 선호하는 현상은 자사고·일반고를 불문하고 일반적인 현상이다. 상산고는 오히려 다양한 대학, 다양한 진로를 장려하고 있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부분 의대를 지원하는 일반고의 현실이 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정씨는 "동기들은 다양한 위치에서 각자 개성과 능력을 드러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 시절 관심 분야였던 고고미술사학 대학원에 진학한 동기, 의상 디자인을 배워서 편집 가게를 운영하는 동기, 경영 전공을 살려 스타트업 기업에서 인턴십 과정을 거치고 있는 동기, 경찰이 되어 전국 각지에서 민생 치안을 지키는 동기 등을 사례로 들었다.

―편지에서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를 이야기했는데, 학업에 대한 압박은 없었나.

"학교에 다니면서 선생님에게 학업에서 압박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저는 그리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다. 우수한 친구들 사이에 있다 보면 기가 죽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드라마 'SKY 캐슬'처럼 그 친구들을 제 경쟁 상대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저 스스로와 싸움을 했을 뿐이었고, 그 과정에서 힘이 되어준 것은 친구들이 건넨 위로와 격려였다."

―공부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고서도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원인은 뭐라고 보나.

"우수한 선생님들의 능력과 학생들의 높은 수업 참여도 때문이다. 저만 해도 고등학교 재학 중 과외를 받아본 적이 없다. 학원에도 다니지 않았다. 학교 선생님을 믿고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수업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상산고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없는 시간에 인터넷 강의를 보고, 문제집을 풀면서 끊임없이 공부를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저희를 이끌었다. 힘겨운 재수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른 덕분이다."


조선일보 A14면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