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에 재킷? 군복처럼 각 잡으면 당신도 '쿨 중년'

밀라노=최보윤 기자
입력 2019.07.02 03:00

[닐 바렛]
할리우드 스타가 선택한 디자이너
잠수복 소재의 의류 대히트 시키며 소재 섞는 '하이브리드' 패션 알려

반바지에 재킷, 밑단을 조인 바지(조거 팬츠)에 광택이 살짝 도는 항공 점퍼…. 서울 청담동이나 가로수길에서 심심치 않게 마주치는 남성 패셔니스타들을 좇다 보면 이 남자 이름을 자주 듣는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 디자이너 닐 바렛(54). 배우 강동원, 공유와 이종석, 이민호 등이 닐 바렛의 옷을 입은 게 여기저기 포착되면서 '품절' '완판'이란 단어도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닐 바렛은 "첨단 디자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삼성과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닐 바렛
간결한 재단에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그를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0 봄여름 남성 패션위크'에서 만났다. "브랜드에 집중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거의 응하지 않았던 그가 브랜드 창립 20주년을 맞아 오랜만에 말문을 열었다. 닐 바렛은 "남성 패션에서 가장 멋스러운 건 군복"이라며 "칼같이 빈틈없는 재단과 각 잡힌 라인 같은 기본에 충실하면, 조금만 변주를 시도해도 굉장히 멋을 낸 듯 보인다"고 말했다. 패션계에서 각종 형식 파괴를 시도하며 신선한 충격을 줬던 그의 배경엔 영국 군복 재단사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영국 로열칼리지오브아트 졸업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구찌에 즉석 채용됐다. 탁월한 재단 실력에 소재 사용이 능한 그를 5년 뒤 미우치아 프라다가 영입해 남성복 디렉터 자리에 앉혔다. "제 우상이었던 프라다에게 인정받다니 모든 걸 이룬 듯싶었죠. 프라다는 '자신의 경계를 넓히라'며 언제나 격려했어요."

'2020 봄여름 남성패션쇼'에서 선보인 닐 바렛 의상. 트렌치와 점퍼가 섞인 재킷에 반바지를 입혔고, 운동화는 농구화와 스케이트보드화를 반반 섞었다. 양말은 운동화끈 색과 맞춰 통일성을 줬다. /닐바렛
1999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선보였다. 잠수복에 쓰이던 네오프렌 소재로 옷을 만드는 등 다양한 소재를 섞는 '하이브리드' 스타일은 그의 상징이 됐다. 독특한 스타일에 할리우드 스타인 브래드 피트, 올랜도 블룸, 콜린 퍼스, 마크 러펄로 등이 찾아 입었다. 이번에 밀라노에서 새로 발표한 운동화의 경우 절반은 스케이트보드화, 나머지 반은 농구화를 접목시켰다.

그는 "매우 엄격한 집안에서 군대 같은 환경에서 자랐던 것이 오히려 상상력을 키웠다"면서 "한꺼번에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조금씩 자신만의 경계를 확대시키는 것이 패션에 익숙해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옷 입는 게 어렵다며 패션쇼 무대에 등장한 스타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복사하는 것보다는 양말부터 바지, 혹은 셔츠 등 하나씩 기존과 다른 파격을 시도해 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젊음(youth)'을 주제로 패션쇼를 연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젊어 보이는 데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중년 남성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패션 실수 중 하나는 젊어 보이려 애쓴다는 겁니다. 니트든 셔츠든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간직하는 게 오히려 젊어 보이는 비결이지요. 어릴 때부터 크루넥(깃 없이 목둘레에 맞게 둥글게 판 네크라인)을 고수한 저처럼 말이죠. 장담하건대, 60대가 돼도 '20대 시절 닐 바렛 패션'으로 기억될 겁니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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