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실 태양광' 지적에 제보자 색출부터 나선 서울市

이해인 사회부 기자
입력 2019.06.28 03:02
이해인 사회부 기자
"서울시에서 수치를 제출하라고 하니까 목표량대로 발전했다고 쓴 겁니다. 사실 현재 발전량은 아예 없어요." 서울시가 금천구 독산로 아카시아배드민턴장 인근 공원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소는 고장 난 채 방치돼 있다. 지난 2013년 예산 8000만원을 들여 설치한 장비다. 언제 고장 났는지조차 모르지만 시가 최근 시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리를 맡은 금천구 측은 "이곳 외에도 5군데 수치를 임의로 적어 보냈다"고 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본부장 황보연)는 지난 24일 본지가 일부 부실한 태양광 발전기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보도를 내자 "대부분 다 잘되고 있는데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기사를 썼다"고 했다. '기사가 틀렸다'는 반박 자료도 배포했다. 시는 자료에서 서울 공공 태양광 발전기의 연평균 목표 달성률이 106%나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통계에는 금천구처럼 잘못된 수치까지 포함됐다. 그나마도 발전기 1083곳 중 580곳(53%)의 수치만 산출했다.

시가 '잘되고 있다'고 밝힌 곳들을 살펴보니 상당수가 임의로 수치를 적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립대는 2013년 예산 4억2200만원을 들여 설치한 발전소 3곳의 발전량을 각각 4만4000kWh라고 적어 냈다. 실제로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고장 나 발전량을 알 수 없다. 서울시립대 관리자는 "시가 내라는데 '0'이라고 낼 수는 없지 않으냐"며 "고장 났다고 보고하면 시에서는 예산도 주지 않으면서 고치라고 할 텐데 우리 쪽은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중랑물재생센터 관리자도 "모니터링 장치가 없어 일부를 추정치로 적어 냈다"고 했다. 시가 주장한 '106%'의 실체다.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은 꾸준히 살려나가야 할 에너지 자원이다. 다만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특히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시가 본지 보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관리 체계 점검이 아니라 기사에 언급된 관계자 호출이었다. 사실상의 제보자 색출 작업이다. 시 관계자는 기자에게 "기사에 언급된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냐"고도 물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발전기를 철거하려던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계획은 무산됐다. 박물관은 수년 전부터 옥상을 어린이 천문대로 활용하길 원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정책적 목적으로 설치했으니 기관 맘대로 철거할 수 없다"고 했다. 하루 1000명이 찾는 인기 박물관의 옥상을 하루 2.1시간 발전하는 태양광에 내주는 게 맞는지 어린이 천문대로 쓰는 게 나은지는 시민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조선일보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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