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對北 참수부대 특수전 장비, 남수단 파병부대로 넘겼다

양승식 기자
입력 2019.06.27 01:30 수정 2019.06.27 07:15

軍, 투시경 등 일부 장기 임대
안팎선 "北지휘부 제거 목적인 참수부대가 사실상 해체되는 것"

/사진=합참 제공
우리 군이 최근 유사시 북한 지휘부를 제거하기 위해 창설한 특수임무여단(참수부대)의 소음기와 조준경, 야간투시경 등 핵심 장비를 남수단에 파견될 한빛부대 훈련용으로 전용(轉用)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특전사 13여단(참수부대)에 보급됐던 소음기와 조준경, 확대경, 야간투시 장비 등 60세트를 최근 한빛부대 훈련용으로 가져갔다"며 "장비를 보급받아 제대로 사용도 못 하고 반납하게 됐고, 이번을 계기로 장비 전체가 반출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한빛부대는 유엔 평화유지군(PKO) 소속으로 '재건 지원' 임무를 띠고 지난 2013년부터 남수단에 파견돼 왔다. 대부분이 공병(工兵)이며 경계 병력은 4분의 1가량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소음기와 조준경 등 참수부대용이었던 특수 임무 장비를 지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군 담당자는 "해외 파병 부대가 현지에 도착하는 즉시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효과적으로 장비를 운용하기 위해 파병 준비 기간에 참수부대의 장비를 임대해 훈련한 것"이라며 "'장기 임대' 형식으로 향후 다른 해외 파병 부대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참수부대는 지난 2017년 북한 지휘부 제거와 대량살상무기(WMD) 파괴를 목적으로 창설됐다. 기존 북 핵·미사일 대응 체계였던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전력이다. 하지만 9·19 남북 군사 합의 이후 정부는 기존 3축 체계를 'WMD 대응 체계'로 바꾸고, KMPR의 명칭도 '압도적 대응'으로 바꿨다. 당시 군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대비 태세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특수 임무 시 사용되는 장비마저 해외 파병 부대로 반출되면서 "참수부대를 사실상 해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2017년 참수부대 창설 이후 예산을 투입해 무기와 장비를 보강해 왔다. 하지만 작년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이뤄지면서 변화가 생겼다. 군 관계자는 "예산은 전년도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그대로 집행됐지만, 구매한 장비 중 상당수는 일선 장병들에게 실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비 자체가 해외 파병 한빛부대로 넘어간 것이다. 참수부대에서는 "언제 장비를 보급하느냐는 요구가 많았는데, 엉뚱한 부대로 넘어가게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안보의 일선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특수 부대원에게 보급된 장비를 뺏어 공병 위주의 평화 유지(PKO) 파병 부대원에게 지급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며 "공병부대의 경계 임무 요원이 소음기를 장착하고 임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특전사에도 제대로 보급 못 한 장비를 PKO 파병 부대에 지급한다는 것은 필요 우선순위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고 했다.

군은 또 판문점 선언 직후인 작년 5월 참수부대를 평양 등 북한 후방에 침투시키는 데 쓰이는 특수작전용 헬기 도입 사업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미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MH-47을 구매하려 했다가 입장을 바꿨다. 군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특수 임무에 필수적인 개인 장비까지 반출한 것은 사실상 참수부대를 해체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군은 최근 한빛부대 훈련을 진행하면서 각종 특수 임무 장비로 무장한 장병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장비들이 참수부대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특수 임무 수행의 기본 장비인 소음기와 조준경 등을 빼내가면 다른 일반 보병 부대와 다를 바가 없다"며 "겉 무늬만 참수부대인 셈"이라고 했다. 다른 군 인사는 "해외 파병 부대의 장비 고도화는 필요하지만, 참수부대 장비를 가져갈 게 아니라 새로운 장비를 사용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육군은 "일부 장비만 대여했을 뿐 전체 전력에는 큰 영향이 없다"며 "현재 해외 파병 부대 일부 전투병에게는 시범 운용을 위한 장비·물자를 보급하고 있으며 향후 보급 대상을 늘려 갈 계획"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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