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단속 강화한다길래" 車 후진해 도망치다 '쾅'…제2윤창호법 첫날 단속현장

고성민 기자
입력 2019.06.25 10:05 수정 2019.06.25 13:30
"거기, 멈추세요!"

이른바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첫날인 25일 새벽 1시 4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대교 북단 부근 진입로. 음주운전 단속 경찰관을 본 다마스 차량이 갑자기 골목길로 후진했다. 이를 발견한 경찰관이 "멈추라"며 뛰어갔지만, 다마스 운전자 강모(49)씨는 멈추지 않았다. 강씨는 주차된 검은색 밴 차량을 들이받은 뒤에야 경찰관에 의해 운전석 밖으로 나왔다.

25일 새벽 1시 40분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대교 북단 부근 진입로에서 음주운전 단속 경찰관을 본 다마스 운전자 강모씨가 도주하다 정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경찰에 의해 운전석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고성민 기자
강씨가 차에서 나오자 주변에 술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얼굴은 붉었다. 혀 꼬인 목소리로 비틀대던 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 관련법 개정 이전과 이후 모두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무면허 음주운전. 2015년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된 이후 별도의 면허 취득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했다. 강씨는 "회식을 해서 소주 1병을 마셨고, 서울 금천구에 있는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오늘부터 음주단속이 강화된다고 해서..."며 "죄송하다"고 했다.

◇윤창호법 시행 첫날, 음주운전 여전했다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관들이 25일 새벽 2시쯤 마포구 합정동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이날 서울 마포경찰서는 양화대교 북단 진입로 부근에서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2시간 동안 경찰관 11명, 차량 5대를 동원해 음주운전 단속에 나섰다. 단속 강화 방침에도 음주운전이 줄어든 모습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윤창호법 시행 첫날이라 음주 운전자가 줄어들기를 바랐는데, 평소와 비슷하다"고 했다. 2시간 동안 2명의 운전자가 적발됐고, 1명은 훈방 처분을 받았다.

강화된 기준에 딱 걸린 운전자도 있었다. 이날 새벽 0시 50분쯤 단속에 걸린 모닝 운전자 강모(33)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083%. 종전 법에 따르면 면허정지 처분을 받지만, 강화된 기준에 따라 면허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강씨는 "1시간 전쯤 홍대에서 테킬라 4잔을 마셨고, 합정동 집에 가기 위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이날부터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되는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관들이 25일 새벽 2시쯤 마포구 합정동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새벽 0시 10분쯤엔 택시기사 박모(69)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22%로 훈방 조치를 받았다. 음주운전 단속 최저 기준 혈중알코올농도 0.3%를 가까스로 넘기지 않은 것이다. 박씨는 "이틀전 친구들과 소주를 나눠마신 게 아직 남아있어서 혈중알콜농도가 나온 것 같다"면서 "오늘은 정말 술을 입에도 안댔는데... 법이 강화된 줄 전혀 몰랐다.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했다.

◇오늘부터 ‘소주 한잔’도 처벌…면허취소 기준도 높아져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윤창호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윤씨는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세상을 떠났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사람을 다치게 했을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의 벌금으로 형량을 강화했다.

이날부터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면허정지 100일’에 해당하는 음주운전 단속 최저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를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등 단속기준을 높이는 게 골자다. 그래서 ‘제2 윤창호법’이라고 불린다. 이 법은 면허취소 기준을 기존 혈중알코올농도 0.1%에서 0.08%로 강화했고, 음주 운전 3회 적발 시 가중처벌해온 ‘삼진아웃제’를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로 바꿔, 가중처벌 기준을 ‘2회 적발 시’로 낮췄다.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관들이 25일 새벽 2시쯤 마포구 합정동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0∼2시 서울 전역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인 결과 총 21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5∼0.08% 미만은 6건,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총 15건이었다.

면허가 취소된 15건 가운데 3건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0% 미만으로 기존에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으나, 개정법 시행으로 면허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청은 오는 8월 24일까지 전국 단위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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