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성장률 하향" 골드만삭스 보고서, 대통령직속 북방경협위원장이 썼다

박정엽 기자
입력 2019.06.19 13:31 수정 2019.06.19 13:47
靑 이어 권구훈 북방위원장도 어두운 경제 전망… 文정부 '경제 낙관론' 종적 감춰
권구훈,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비상임 보직인 북방위원장 겸직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지난 18일 올해와 내년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보고서를 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가 더디다는 이유다. 그런데 골드만삭스 보고서 작성에는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이하 북방위) 권구훈 위원장이 필자로 참여했다. 최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에 이어 대통령이 직접 위촉한 자문위원장도 우리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내다본 것이다.

지난 3월 27일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권구훈 위원장이 4차 회의가 열린 명동 은행회관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ㆍ지자체간 신북방정책 연계 강화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골드만삭스는 지난 18일 발표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분석 보고서(Korea: Three reasons for the BOK to ease more slowly than priced in markets)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낮추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성장률도 기존 전분기 대비 1.1%에서 0.9% 하향 조정했다.

이 보고서는 권구훈(Goohoon Kwon), 아이린 최(Irene Choi), 헬렌 후(Helen Hu) 등 3명의 필자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다. 권 위원장은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다. 그는 지난해 11월 북방위 위원장으로 위촉돼 지난 4월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수행했다. 북방위는 한반도 평화를 통한 '신(新) 북방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직속 기구다.

보고서는 이같은 분석 배경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찍는 시점이 올해 4분기에서 내년 2분기로,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3분기에서 4분기로 미뤄져 한국 주요 반도체 업체의 실적 전망치도 새롭게 하향 조정했다"며 "수출 부진으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저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이 대만에 이어 중국과 미국의 무역 관계에 두 번째로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한국은 역내 대부분의 다른 경제 단위들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년까지 동결할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수정해 내년에 25bp(0.25%)씩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가 더딘 상황인데다 최근 한국은행의 입장이 변화됐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올해 4분기, 내년 중반 등 두 차례로 전망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연초 생각했던 것보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 대외 여건에 따른 하방 위험이 장기화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통상 마찰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활동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됐고 반도체 가격도 기대보다 크게 하락했다"며 "세계경제의 흐름에 따라 국내 경제가 출렁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세계경제 둔화 등에 대해 장시간 설명하면서 '하방(下方)'이라는 단어를 10차례 언급했다. 이처럼 대통령 경제 참모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문재인 정부 내에서 얼마 전까지 나왔던 '경제 낙관론'이 종적을 감춘 모양새다.

한편 권 위원장이 골드만삭스 선임 이코노미스트와 북방위원장 직을 겸직하는 것을 두고선 위촉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민간 기업이긴 해도 각국의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는 '심판' 역할과 '선수'를 겸하는 것이 이해상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권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회사에서(골드만삭스) 이 문제를 한 달 정도 숙고했다"면서 "지금은 북한과 (경협을) 못하고, 안하고 있어서 지금은 상충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저는 (북방위 보직이) 비상임이고 무보수로, 제 직장은 골드만삭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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