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때 댓글 수사하다 지방 좌천 윤석열, 상경 KTX에서 文대통령과 마주친 인연이...

박정엽 기자
입력 2019.06.17 14:18 수정 2019.06.17 16:06
2002년 검찰 떠났다가 1년만에 "야근 자장면 그립다"며 검찰 복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 충성 안 한다"고 한 강성 검사
野 "여야 정치권력 가리지 않는 공정성이 성패 가를 것"

문재인 대통령(왼쪽),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하자 검찰 안팎에선 "예상했던 대로"란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얼마 전까지 "윤 검사장은 이번엔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꽤 있었다. 윤 검사장에게 정권 후반기 검찰총장을 맡기는 건 부담스럽다는 말도 나왔다.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많이 해온 윤 검사장이 임기 후반기에 검찰 수사의 칼날을 현 정권 쪽에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윤 검사장을 검찰총장으로 낙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를 두고 "누가 뭐래도 한번 신뢰한 사람은 끝까지 신뢰하는 문 대통령 인사스타일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대전고검 검사로 있던 그를 일약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할 때부터 예고된 인사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윤 검사장은 학연·지연·근무연 등 이렇다 할 인연이 없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검찰권을 윤 검사장에게 맡기기로 한 것은 박근혜 정권과 윤 검사장 간의 '악연(惡緣)'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윤 검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처음 맞붙은 2012년 대선 때 벌어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다. 이후 윤 검사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좌천을 거듭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윤 검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2014년 1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특별수사통으로 명성을 쌓아온 그에게 항고 사건 등을 다루는 고검 검사 자리는 좌천이었다. 2012년 52세의 나이에 결혼한 그는 주말에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생활을 했다. 하지만 대구고검에서 2년 임기를 채운 그는 2016년 다시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났고 현 정권 출범 때까지 수사부서로 복귀하지 못했다.

윤 검사장은 대구·대전고검에서 근무할 때 서울로 올라오는 KTX에서 문 대통령과 몇차례 마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정권을 상대로 수사를 밀어붙이다 한직으로 좌천된 윤 검사장을 눈여겨 본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는 "문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맞붙은 2012년 대선 때 불거진 댓글 수사로 좌천됐으니 문 대통령도 윤 검사장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윤 검사장이 2016년 12월 출범한 '최순실 사건 국정농단 사건 특검'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의 '악연'은 더 극적 국면을 맞았다. 이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2017년 5월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당선됐고, 문 대통령은 첫 검찰인사로 대전고검 검사로 있던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했다. 그로부터 2년만에 다시 그를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하는 파격을 거듭했다. 자유한국당이 이날 "윤 검사장은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주었다"고 한 것도 이런 까닭으로 보인다.

윤 검사장은 부산지검 검사로 있던 2002년 1월 사표를 냈다가 1년만에 검찰로 복귀했다.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던 그는 당시 지인들에게 "검찰청사를 들렀을 때 야근하는 검사실에서 나오는 자장면 냄새가 그리워 검찰로 돌아왔다"고 했다 한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후 밀어붙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일부 고위 판사들과는 과거 술을 함께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는 개인적 인연을 떠나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수사를 강행했다고 한다.

한 야당 의원은 "윤 검사장은 국민이 지켜보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사람"이라며 "그가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여야 등 정치 권력을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을지가 검찰총장으로서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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