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행사 금지된 서울시청 강당서 "對北제재 해제하라"

이세영 기자
입력 2019.06.17 03:00

'남북철도 연결' 촉구대회에서 北 입장 두둔하는 발언 쏟아져
광화문광장 허가 논란 때처럼 특정 성향에만 관대하단 지적

좌파·진보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단체가 서울시청 강당에서 행사를 열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비난하며 남북의 무력 포기를 촉구했다. 일부 참가 인사는 미군을 방해 세력으로 묘사했다. 시청 강당은 광화문광장과 함께 정치 행사가 금지돼 있다. 시가 정치색이 뚜렷한 행사에 잇따라 사용 허가를 내준 것은 조례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사단법인 '평화철도'의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날 오후 7시 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철도 연결 촉구대회'가 열렸다. 평화철도는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였던 권영길 전 국회의원,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노총 위원장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행사에는 권 전 의원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북한의 핵무기 도발에 맞서 국제사회가 이행 중인 대북 제재,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정부가 단행한 5·24 제재를 비판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독일에 1민족 2국가를 실천하는 2개의 원칙이 있는데, 국가는 무력을 포기해야 하고, 민(民)은 접촉을 통한 변화를 이뤄야 한다. 남북도 이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꺼내 들면 한·미 간 균열이 생길 수 있지만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전직 언론인은 "미군이 방해하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때문에 (남북 철도 연결 등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주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들이다.

시의 '공공시설 사용 조례'에 따르면 정치적 행위를 목적으로 한 행사는 강당 이용 불허 대상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평화철도 행사는 남북 관계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허가해준 것"이라며 "어떤 발언을 하는지 일일이 체크하긴 어렵다"고 했다. 다른 시 관계자는 "넓게 보면 모든 것이 정치적이지 않으냐"고 했다.

시는 광화문광장도 특정 정치 성향의 단체에 허가를 내준다는 비판을 받는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광화문광장에서 특정 성향의 정치 단체들이 문화제나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개최한 행사가 18건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 민노총의 '최저임금 문화제', 김경수 경남지사의 무죄 판결을 촉구한 사법농단 규탄 국민연대의 '김경수 지키기 국민 홍보 문화제' 등이다. 반면 같은 기간 정치적 목적 등의 이유로 시가 반려한 행사 12건 중 5건이 보수 단체 신청 행사였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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