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03]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19.06.15 03:13
백영옥 소설가
인도 영화 '당갈'은 힌디어로 '레슬링 시합'을 뜻한다. 남녀 차별이 존재하는 인도에서 여자가 갖은 편견을 깨고 레슬링으로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는 이야기로 주인공인 '기타'와 '바비타'는 실재 인물이다. 영화의 압권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레슬링 경기 장면'이다. 여성을 보여주는 방식 역시 남다르다.

몸이 너무 뚱뚱해 보이고, 얼굴이 못생겨 보여서 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학생의 얘기로 시작하는 책이 있다. 심리학자 '러네이 엥겔른'의 책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여자라면 공감할 사례가 가득하다. 이 책에서 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아름다움을 선택하세요'라는 한 브랜드 캠페인이었다. 그러나 이런 캠페인은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몸매와 얼굴을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환경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아름다움'은 곧장 '외모'로 연결되고 외모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가 더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의 탁월성은 스스로를 외모가 아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다.

"나는 ( )을 하기 위해 내 팔을 쓴다. 나는 몸으로 ( )을 할 수 있다. 나는 내 다리로 ( )을 할 수 있다. 내 몸은 ( )을 할 때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문장을 완성하는 과제를 마친 후 몸의 기능에 초점을 맞췄던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좀 더 만족하게 됐다."

우리 몸은 단지 꾸미고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발레와 요가를 하면서 알게 된 건 흰머리와 주름살이 늘지만, 나이가 들어도 유연성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5분도 못 달렸던 사람이 6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면, 물구나무를 설 수 있다면, 다리를 180도 찢을 수 있다면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종류의 자신감이 생긴다. 나는 신체 단련이 마음의 성형수술과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보여주는 몸이 아닌 기능하는 몸으로 시선을 교정하면 세상 역시 바뀐다.



조선일보 A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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