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는 "서두르지 않겠다"는데 북에 재촉만 하는 文 대통령

입력 2019.06.14 03:19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제 "나는 시간이 지나면 북한과 매우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서두를 게 없다"는 말을 네 번이나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있을 수 있지만 추후에 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비건 특별대표 등 미측 실무 라인의 대화 제의에 일절 응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트럼프에게만 공을 들이고 있다. 정치적 업적에 목마른 트럼프가 싱가포르 때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합의문에 덜컥 사인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도 두 차례 회담의 학습효과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가짜라는 것을 잘 안다. 그가 "김정은에게 따뜻한 편지를 받았다"고 공치사를 하면서도 정상회담에 선을 그은 것은 대북 제재가 이어지는 한 시간은 미국 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미국 기류와 딴판이다. 북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만남을 촉구한다"고 하면서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 희망 의사도 밝혔다. 비핵화를 촉구하는 말은 한마디 없이 '일단 만나자'고만 한 것이다. 지난 4월 방미 때도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3차 미·북 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서두르면 좋은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핀잔을 들었다. 북이 바뀐 게 없는데 만나기만 하면 문제가 풀리나. 또 한 번 '쇼'가 필요하다는 말일 뿐이다.

북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싸늘하다. 북은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정례회의에 석 달 넘게 나오지 않고 있다. 북은 이희호 여사 조문단도 보내지 않고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김정은의 조전과 조화를 받아가라고 했다. 청와대 안보실장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갔지만, 남북회담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의 조급함과 무대책만 노출시켰다. 어설픈 '중재' 의욕을 앞세우니 북한에 무시당하는 일만 반복된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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