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배영옥 유고시집

뉴시스
입력 2019.06.12 14:20
배영옥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구름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검은 발만 가지런하게 누워 있네/ 허드레 사람과 일심동체인/ 피붙이도 알아보지 못할 구름들/ 어떻게 하면 일가를 이룰 수 있을까/ 사람을 깔고 사람을 덮고 사람을 안고/ 고심하는 구름들의 연대'('구름들' 중)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는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배영옥의 유고시집이다. 배 시인은 2018년 6월11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뭇별이 총총'(2011) 이후 두번째 시집이다. 작고하기 전까지 품에 안고 있던 70개의 시편이 실렸다. 죽음, 사랑, 추억 등 인간의 삶과 맥을 같이하는 것들을 시적 언어로 풀어냈다. 시인이 바라본 인간 세상은 어쩌면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일상의 익숙한 풍경을 넘어 다채로운 내면세계를 담담하게 그렸다.

'모기 한 마리가 데리고 간 잠/ 한여름 해변의 해파리보다/ 무서운 모기/ 한 마리 모기가 죽어가면서 가져간/ 잠, 모기도 존엄한 생명이라는/ 깨달음의 불면/ 불면 속의 불편/ 불면, 날아갈 듯한 가벼운 하룻밤'('불면, 날아갈 듯한' 중)'비석은/ 한 줄로 읽는 망자의 자서전/ 이름과 문중/ 그리고 매장 연도 만으로도 일대기를 알 수 있다/ 자간은 좁고 행간은 넓다'('거룩한 독서' 중)

시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아직 말하지 않음으로/ 나의 모든 것을 발설하였으므로,/ 내가 끝내 영원으로 돌아간다 한들/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으리라"라고 했다. 128쪽, 1만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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