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논란' 육상선수 세메냐, 첫 출전한 2000m 세계대회에서 우승

이종현 기자
입력 2019.06.12 10:08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가 처음으로 출전한 여자 2000m 육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가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의 단거리 출전을 금지하는 '세메냐 법'을 만들자 장거리에 출전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 세메냐는 우승 직후 "절대 나를 바꾸지 않겠다. 육상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캐스터 세메냐(왼쪽 세번째)가 몽트뢰유 육상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연합뉴스
세메냐는 12일(한국시각) 프랑스 몽트뢰유에서 열린 몽트뢰유 육상대회 여자 2000m에 출전해 5분38초19로 우승을 차지했다. 2000는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의 정식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기록이 없다. 하지만 지난해 여자 2000m에서 나온 세계 3위 기록이 5분38초19였다. 세메냐는 자신이 뛴 첫 2000m 경기에서 단숨에 세계 수준의 기록을 낸 것이다.

세메냐는 IAAF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선천적으로 일반 여성 선수보다 3배 정도 높은 세메냐는 과거부터 성별 논란에 시달려왔다.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여자 800m 금메달리스트지만 성별 논란 탓에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IAAF는 지난해 4월 여성 선수의 남성호르몬 제한 규정도 발표했다.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은 여성 선수의 경우, 국제대회가 열리기 6개월 전부터 약물이나 수술을 받아 수치를 낮추거나, 남자 선수와 경쟁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대상이다. 세메냐와 남아공육상연맹은 이에 반발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중재 신청을 했고, CAS가 IAAF의 손을 들어주자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소했다.

세메냐는 이날 우승을 차지한 뒤 인터뷰를 통해 IAAF를 비판했다. 그는 "나는 바보가 아니다. 왜 내가 투약을 해야 하는가. 난 약물 복용을 하지 않은 '정직한 선수'다. 누구도 속이지 않았다"라며 "IAAF는 반도핑에나 신경 써라. 우리(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처럼 정직한 선수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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