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출마자 10명… 1·2위 후보 사생활 논란

정시행 기자
입력 2019.06.12 03:01

지지율 선두 브렉시트 강경파 존슨, 여성 10여명과 염문… 혼외자까지
온건파 고브, 장관때 마약 강경책… 정작 자신은 코카인 흡입 드러나

(왼쪽부터)보리스 존슨, 마이클 고브, 도미닉 라브
영국 차기 총리를 뽑는 집권 보수당의 대표 경선이 10일(현지 시각) 공식 개막했다. 영국의 '세계 제2차 대전 이래 최대 위기'라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난국을 돌파할 리더를 뽑는 중차대한 선거다. 보수당 역사상 최다인 총 10명이 출마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며 경선 초반 브렉시트 로드맵보다는 유력 후보들의 사생활 문제와 관련한 '내로남불'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먼저 유럽연합(EU)과 영국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온건파'이자, 지지율 2위 후보인 마이클 고브(51) 환경부 장관의 마약 투약 논란이다. 그가 정치 입문 전 코카인을 수차례 투약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그는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20여년 전 기자 시절 코카인을 여러 번 흡입했다"고 인정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내로남불'이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고브는 교육부와 법무부 장관 시절 마약 투약 교사를 영구 파면시키고, 마약 소지가 의심되는 청소년 등을 불심 검문할 수 있게 하는 강경책을 펼쳤다. 코카인을 흡입하던 1990년대 자신이 일하던 더타임스에 '중산층 전문직의 마약 거래가 서민 경제에 해악을 끼친다'는 비판 칼럼을 썼고, 미국 비자 신청을 하며 마약 전력이 없다고 거짓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사태로 '코카인으로 뻗친 망신살(coke-shame)'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여론의 질타를 맞았고, 그를 지지했던 보수당 의원 일부가 지지를 철회하며 경선판이 흔들리고 있다.

'브렉시트 강경파'이자 지지율 1위인 보리스 존슨(54) 전 외무장관은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다. 존슨은 2016년 국민투표 당시 브렉시트를 앞장서 이끌고도 그 뒤처리를 해야 할 신임 당 대표 경선 출마를 막판에 포기했고, 지난해 브렉시트 협상의 주무 장관임에도 갑작스레 사퇴해 당에 타격을 안겼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여성 편력에 따른 복잡한 사생활에 발목이 잡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번에도 당내 경쟁자나 야당에서 존슨의 총리 가도에 타격을 줄 소재가 터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쟁자인 고브가 10일 출마 선언을 하며 존슨을 겨냥해 "이번엔 어떤 일이 있어도 3년 전처럼 중도 사퇴하지 말라"고 비꼬았을 정도다.

존슨은 문자 그대로 '내가 하면 로맨스'다. 그는 네 자녀를 낳은 전처와 25년간 결혼생활 중 알려진 것만 10여명의 여성과 염문을 뿌렸고, 혼외자도 있다. 지난해 이혼한 것도 24세 연하의 정치 홍보 전문가라는 금발 여성과의 교제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나는 원래 정치적으로 중도였지만 '강남 좌파'의 위선을 보며 보수로 돌아섰다" "브렉시트 반대론자는 위선자"라며 반대파에 '위선'의 딱지를 붙이기로 유명하다.

또 다른 유력 후보 도미닉 라브(45) 전 브렉시트부 장관은 "남녀 임금 격차를 해결하자" "일하는 여성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며 출산휴가 법제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수년 전 "페미니스트들은 이상한 고집쟁이들" "여자들이 설치면 남자들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한 발언 때문에 역시 '위선'의 도마에 올랐다.

영국 정치권에선 유독 특권층의 '위선'과 '이중 잣대' 이슈가 불붙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론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등의 가치를 지향하지만 개인들에겐 계층 신분제나 인종 차별의 잔재가 남아 있는 탓에 '겉과 속이 다른 행위'가 쉽게 지탄받는 것이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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