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배처럼… 양정철·이광재·안희정도 강금원 돈 받았다

양은경 기자 고양=조철오 기자
입력 2019.06.12 01:30 수정 2019.06.12 13:47

송 前비서관 선고 과정서 드러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광재 전 강원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강금원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장의 고문으로 등록돼 고문료를 받았던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이날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1심 선고 과정에서 이 사실이 공개됐다. 송 전 비서관도 강 회장의 골프장 고문으로 등록해 7년간 2억여원의 고문료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작년 말 송 전 비서관 수사에서 이런 사실을 인지했지만 양정철 원장과 이광재 전 지사 등에 대해선 수사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노무현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다.

(왼쪽부터)송인배, 양정철, 이광재, 안희정
송 전 비서관은 2010년 8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강금원 회장 소유의 충북 충주 소재 시그너스골프장 웨딩사업부 고문으로 이름을 올려두고 급여·유지비 등 각종 명목으로 약 2억92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올해 초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재판장 전국진)는 11일 송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4519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형 확정시부터 10년간 피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이 제한돼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재판부는 송 전 비서관에 대해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책도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불법 자금을) 대부분 생활비로 사용했으며, 현직이 아닌 상태로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할 경우 정치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2010년 송 전 비서관을 비롯해 양정철 등 5명이, 2011년 이광재가 이 골프장의 고문으로 임명됐으며 모두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해 정치 활동을 해온 정치인"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강금원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보좌진이 생계에 지장 없이 정치 활동을 하도록 급여 명목으로 돈을 준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일을 하고 받은 대가가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 수색 과정에서 이들의 고문료 관련 자료가 나온 것은 맞는다. 그러나 고문으로 위촉돼 월급을 받은 기간이 송 전 비서관(7년)과 달리 짧고, 공소시효(7년)가 다 지났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선고된 다른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비해 다소 양형이 낮다는 평가다. 2016년 총선에서 불법 선거자금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2억8000여만원의 정치자금을 부정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양형 이유로 "현직이 아닌 상태로 선거를 준비하면 정치자금을 모으기 어렵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최진녕 변호사(전 대법원 양형위원)는 "법의 취지를 무시한 양형 이유"라고 했다. 정치자금법은 법에 정해지지 않은 방법으로 받은 자금을 처벌하는 취지인데 "현역 의원이 아니라 다른 수수 방법이 없었다"며 선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생활비로 쓴 점을 참작한다"고 한 점에 대해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국회의원도 정치자금을 받아 생활비로 썼다면 면책이 가능하다는 논리인가"라며 "송 전 비서관의 변명을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 쓴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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