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늉만 한 상속세 완화, 100년 강소기업 불가능할 것

입력 2019.06.12 03:19
정부·여당이 중소·중견 기업의 가업(家業) 잇기를 도와주겠다며 상속세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몸통은 건드리지 않고 변죽만 울렸다. 무려 65%에 달하는 최고세율을 OECD 평균(26%) 수준으로 낮춰 달라는 것, 공제 대상 기업 매출 규모를 3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 이하로 확대해 달라는 것 등 기업계가 요구해온 핵심 사안들은 모두 무시됐다. 시늉만 한 것이다.

우리 상속세는 '징벌적' 세금이다. 재산을 털어 상속세를 내고 나면 더 이상 기업을 꾸려가기 어려워 회사를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유망 기업들마저 상속세 부담에 가업을 접는 일이 벌어진다. 기업을 물려받아도 거액의 상속세를 내고 나면 재무 상태가 약해져 경영권 방어에 급급해야 한다. OECD 37개국 중 상속세 부담이 사실상 제로(0)인 나라가 절반에 달한다. 노르웨이·체코 등이 상속세를 폐지했고 미국은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은 각종 공제 혜택을 적용해 실질 최고세율을 3~11%로 대폭 낮췄다. 세계 곳곳에서 상속세가 자취를 감추는 단계에 있다. 왜 그러겠나. 그것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만 가혹한 상속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 특유의 국민 정서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일본이 20년 불황에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난 데는 3만 개가 넘는 100년 강소기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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