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VR시설 조성, 문화시설 할인… 뜯어보니 '잡탕 추경'

김성모 기자
입력 2019.06.11 03:01

편성 목적과 무관한 사업 수두룩

청와대와 여당, 정부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통과만 되면 마치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구해줄 '요술 방망이'가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경기 부양'이란 목적이 뒤늦게 추가돼 전체 추경액만큼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가 없다.

당초 이번 추경은 올 초 하루가 멀다 하고 잔뜩 끼는 미세 먼지가 촉발했다. 지난 3월 대통령이 나서 "미세 먼지 추경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기획재정부가 부랴부랴 경기 하방 대응까지 합쳐 '미세 먼지, 민생 추경예산안'이란 이름의 추경안을 탄생시켰다. 그러다 보니 전체 추경 6조7000억원 규모 가운데 미세 먼지 대응 등 국민 안전 분야에 2조2000억원이 편성된 것을 빼면, 선제적 경기 대응과 같은 경기 부양용 예산은 4조5000억원에 머문다.

여기에다 실업급여 등 긴급 복지 명목으로 쓰는 돈이 1조5000억원, 경제 위기 지역 지원이나 창업 교육에 쓰이는 돈이 1조원 등이다.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은 "순수한 의미의 '경기 부양용' 추경 예산은 3조여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다 '사업 끼워넣기 구태'가 이번에도 반복됐다. 추경안을 급조하면서 시급하지도 않은 부처별 '잡탕' 사업을 '민생 경제' '경기 부양' 등의 명목으로 슬그머니 포함시킨 것이다.

각 부처 '추경 사업 설명서'를 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박물관·미술관 등의 VR(가상현실) 시설 조성에 60억원, 주요 문화 시설 입장권을 할인해주는 등의 '문화가 있는 날' 사업에 25억원을 집어넣었다. 교육부는 시간강사 지원이나 석면 제거 사업,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로페이 50만개 가맹 사업까지 추경 사업에 붙였다.

사업 자체의 중요도를 떠나 국가 재난 상황이나 대규모 위기에 편성돼야 할 추경의 목적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번 추경안을 뜯어보면 경기 부양으로 연결되기 힘든 사업들이 곳곳에 퍼져 있어 경기 대응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추경 편성을 했다면 민간 부문의 고용·투자로 이어지는 사업을 넓게 포진시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A3면
춘천마라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