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청와대發 하마평 사라져야

윤주헌 사회부 기자
입력 2019.06.11 03:13
윤주헌 사회부 기자
현직 검사장인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10일 오후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검찰에서 보기 드문 자기반성을 했다. 그는 '검찰은 그간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하여 권력자에게는 충성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름으로써 국민에게는 불편을 주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했다. 기자가 수년간 검찰을 출입하면서 현직 검사장이 대외적으로 이 정도 수준의 고백을 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글을 읽고 난 뒤 그에게 전화해 검찰이 이렇게 된 원인에 대해 물었다. 그는 "검찰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이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윤 검사장은 "공무원인 검찰은 인사권을 쥔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독립적인 인사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다른 현직 검사장도 같은 문제의식을 내보인 바 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은 지난달 말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검찰총장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코드에 맞는 분이나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총장이 되고, 결국 총장은 임명권자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하기 어렵다'고 했다.

요즘 들어 검찰 내부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검찰 개혁의 본질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이 쓴 책에서 '검찰 개혁의 핵심은 인사(人事)'라고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검찰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겠다는 움직임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단적인 예가 최근 절차가 진행 중인 새 검찰총장 인선 과정에서 나타났다. 법무부는 오는 7월 말 임기를 마치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자에 대한 후보 천거를 받았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군을 좁히기도 전에 '청와대가 특정 인사들에 대한 검증을 벌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부인하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미 널리 퍼진 이야기이다.

최근 검찰 고위직들 사이에서 화제는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귀국이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냈고,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법률지원단장직을 맡았다. 지난해 8월 국정원을 떠나 해외에 나갔던 그는 조국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거론된다. 그가 귀국하자 총장 후보군을 포함한 검찰 승진 대상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손보지 않는 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는 허울뿐인 논의에 그칠 것이다. 이미 자정(自淨) 능력을 상실한 검찰은 어떻게 제도가 변한다고 해도 정권의 신임을 얻기 위해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A30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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