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30-50클럽' 가입과 동시에 탈락하려 하나

김태근 경제부 차장
입력 2019.06.11 03:15

문 대통령의 성장률·인구 자랑… 누가, 어떻게 했는지 성찰 없어
'번영의 길'에서 이탈하면 '30-50클럽'에서 탈락할 것

김태근 경제부 차장
통계청의 인구시계(時計)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을 넘긴 날은 2012년 6월 23일이었다. 당시 본지는 '한국이 세계 7번째로 20-50클럽(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오른다'는 기획 보도를 했다. 인구 5000만명 시대의 경제·사회적 의미를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

인구와 경제력을 함께 놓고 세계와 비교해봐야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위상이 그려질 것이라고 봤다. 취재를 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 '20-50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했고, 내수(內需)가 아닌 수출 시장을 중점 공략해 이 수준에 이른 것도 우리뿐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미국·영국 등 다른 '20-50클럽' 국가들은 20세기가 밝기도 전에 이미 열강이었다. '한강의 기적'을 다시 봤다.

'20-50클럽'이라는 조어(造語)는 정식 시사용어가 됐다. 대만 언론 등도 한국의 '20-50클럽' 가입을 보도했다. 당시 제1 야당이던 민주당은 몇 달 뒤 소득 3만달러, 통일 후 인구 80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뜻으로 '30-80클럽'이라는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KBS와 진행한 특별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분명히 인정해야 할 것은 거시적으로 한국 경제가 크게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우리가 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인구 5000만명 이상, 3만달러(1인당 국민소득) 이상인 30-50 클럽에 가입했다. 이들 사이에서 한국은 (작년에) 상당히 고(高)성장했다." 7년 전 기억이 새로웠다. 대통령의 말이 팩트인 건 맞는다.

하지만 팩트는 전후 맥락 속에서 읽히고 해석돼야 한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 최저, 세계 유일의 0명대 국가가 됐다. 현 정부가 자신했던 저출산·고령화 해법은 이렇다 할 효과도, 존재감도 없다. 재작년 3.1%던 경제성장률이 작년 2.7%에 이어 올해는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들 한다. 소득 주도 성장과 적폐 청산이 기업 투자를 어떻게 위축시켰는지 더 설명이 필요할까. 최저임금 인상, 탈(脫)원전, 경직적인 노동정책 등 반(反)시장, 친(親)노조 정책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무디스 등 해외 기관으로부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평을 받았다. 이대로 가면 인구와 국민소득이 뒷걸음질칠까 걱정할 판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자랑했던 '30-50클럽'에서 자칫 가입하자마자 탈퇴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인데도 점검과 자성 대신 "정책 방향 전환은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이는 '30-50클럽'가입이 어떤 기반에서 누구 덕에 가능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7년 전 "(20-50클럽 가입은) 2000년대 이후 다양성과 개방을 추구한 덕"이라고 했다. 온 나라가 수십년 키운 수출 기업들이 외환 위기를 극복하고 개방과 자유무역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올라탔다는 것이다. 이 길을 따라서 '20-50클럽', 나아가 '30-50클럽'이라는 2000년대 이후 경제 번영(繁榮)으로 내달렸다. 현 정부는 이 번영의 길에서 이탈하려 하고 있다. 부자가 3대(代) 못 가는 이유는 재산만 물려받았을 뿐 돈을 벌고 지키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교훈을 새겨봤으면 한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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