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같은 상상도가 현실이 되는 NASA에 가다

패서디나·샌프란시스코=박우상 탐험대원
입력 2019.06.10 11:40 수정 2019.06.10 23:37
100년 뒤엔 오늘날 스마트폰처럼 누구나 큐브샛(cube sat·초소형 위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우주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우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시대 이른바 개인 우주 탐사 시대가 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대학연구소 및 민간우주회사를 찾아 그 가능성을 엿보았다. 지면(본지 6월6일자)에 다 싣지 못한 이야기를 정리했다.


◇팀으로 움직이는 큐브샛, 축구팀과 비슷

큐브샛은 중대형 위성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개발하고 만드는 데도 적은 시간이 든다. 이런 작은 위성은 우주 임무의 중심 격인 중대형 위성을 지원하는 등 부수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큐브샛을 활용해 난도가 높은 탐사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알려지지 않은 천체를 탐사할 때 직접 모선(母船)이 착륙하기가 너무 위험하다면, 다수의 큐브샛을 탐사선 대신 보내도 된단 뜻이다.

큰 위성 하나와 작은 큐브샛 여럿의 차이는 무엇일까. 큐브샛 위성의 활동은 축구 경기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선수들이 협력해서 수비·공격을 이끌어 나가듯, 하나하나의 소형 위성이 자율적으로 상황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역할을 수행한다면 한 팀으로서 더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탐사에서 찾아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위성 벤처 기업 플래닛랩스(Planet Labs)는 80개 이상 큐브샛으로 전 지구를 촬영하며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NASA JPL(제트추진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큐브샛을 점검하고 있다. /NASA JPL 제공
큐브샛은 발사체에 실려 일정궤도에 올라 스프링에 의해 우주 공간으로 배출된다. 이때, 수십대의 큐브샛들은 차등 항력 제어(Differential drag)를 통해 서로간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두 위성이 너무 가까이 있다고 판단하면, 뒤따라오는 위성의 태양 전지판을 진행방향의 수직으로 세워 더 많은 대기저항을 받게 만들어 궤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찾은 미 칼텍(캘리포니아 공대) 항공우주공학과 정순조 교수의 스페이스 로보틱스(우주 로봇) 연구실. 그곳에선 소형 위성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상대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다음 움직임을 결정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실에는 실험을 위해 제작한 우주 비행체뿐 아니라 드론과 큐브샛 제작 장비, 탄소 섬유3D 프린터 등이 갖춰진 모습이었다. 우주비행체 역학 시뮬레이터(spacecraft dynamics simulator)와 우주선 움직임 시뮬레이션 평면(Spacecraft Motion Simulation Flat Floors) 같은 화려한 이름의 장비들 가득했다.

연구소에서 이렇게 직접 개발한 알고리즘을 컴퓨터 시뮬레이션뿐 아니라, 하드웨어 플랫폼으로도 검증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예를 들어 위성에 탑재되는 컴퓨터, 추력기, 광학 센서, 레이더 등이 달린 시뮬레이터는 우주 환경에서 저항 없는 움직임을 모사하기 위해 바닥에서 일정하게 공기를 내뿜으며 우주선을 공중부양시켰다. 칼텍 항공우주공학과 이규남 박사는 말했다. "작은 위성 수십대를 운용해 보다 넓은 지역의 방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면 지구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을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데이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진 것도 의미가 큽니다."

◇낙서 같은 상상도가 현실이 되는 NASA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JPL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대중들에게JPL의 프로젝트, 장비 및 기술을 소개하는 강의인 ‘본 카르만 렉처’를 연다. 지난달9일 현지에서 열린 강연 주제는 ‘큐브샛과 소형 위성’이었다. 세계 최초로 행성(지구화성) 간 우주 임무에 투입된 큐브샛 마크코(MarCO)의 시스템 엔지니어 앤 마리난 박사가 연사로 나왔다. 마르코는 지난해11월 화성탐사선 인사이트호(號)의 화성 착륙 상황을 중계한 큐브샛이다. 마르코는 임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두 대가 함께 임무에 투입됐는데, 똑같이 생긴 위성이라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줄였다 한다. 서류 가방만 한 마르코는 화성탐사선 인사이트와 함께 지구·화성 사이를 6개월 동안 여행했다.


지난달 18일 미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NASA JPL(제트추진연구소)에서 박우상 대원이 화성탐사에 동원된 큐브샛 마르코의 실물. /최인준 기자
어떻게 이 조그만 위성이6개월 동안 우주의 극한환경에서 버텨낼 수 있었을까.
지구 궤도에서 활동하는 위성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차이가 난다고 한다.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위성을 보호해주는 지구 자기장을 벗어나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이를 막기 위해 특수 처리가 된 부품이 사용하고, 통신 신호를 증폭해줄 안테나 반사면도 탑재하는 식이다. 지구와의 통신에 더 강한 신호가 필요해 많은 전력이 소비되므로 통신을 제외하곤 위성 활동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전력 운영’을 한다고 한다.

이번 강연에선 미래 큐브샛을 상상하게 해줄 스케치 몇 장도 공개됐다. JPL 그래픽 디자이너 캐트 파크씨가 그린 스케치는 얼핏 보면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의 낙서처럼 보였다. 전기 추력기를 탑재한 큐브샛이 목성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직접 탐사하는 임무, 모선에서 나온 큐브샛 수십 대가 소행성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 소형화를 거듭한 위성이 결국 손톱만 한 소형 칩 크기까지 작아져 천체를 탐사하고 센서로 측정한 데이터만 탐사선에 송신하는 아이디어 등이 제시됐다. NASA에서는 과학자, 공학자, 디자이너 등 구성원 모두의 아이디어가 존중받고, 대중에게도 기회를 주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NASA가 수행한 많은 우주 탐사 임무가 이처럼 처음엔 황당하다 여겨졌던 ‘상상’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허무맹랑한 아이디어일지라도 그 가능성을 먼저 보고 이를 현실화하려 힘썼기 때문에 미국이 우주 탐사 분야를 선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 궤도 포화, 위성 충돌 등도 고려해야

큐브샛의 미래엔 여전히 극복해야 할 점이 많이 남아 있다. 우선 개인에겐 비용이 가장 걱정거리다. 중대형 위성과 비교하면 저렴하지만, 아직은 제작하는 데 집 한 채 가격이 들어간다. 발사체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0년 기준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팰컨 해비’로켓을 통해1kg의 물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은 951달러 정도다.(플래닛랩스의 큐브샛 무게는 약4㎏이다.)

NASA는 2040년까지 발사 비용을 수십 달러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점차 소형 위성 사업에 뛰어드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어 약 100년 뒤면 개인이 감당할 만 한 가격으로 내려가리라 기대한다.
위성 발사가 많아지면서 초래될 우주 환경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칼텍 빈센초 카푸아노 박사는 "누구나 우주에 위성을 발사한다면 한정된 지구 궤도 등이 포화할 수 있고, 우주 물체가 연쇄 충돌해 우주 잔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실제로 우주에 물체를 발사하기 전에 우주 물체 등록 절차가 있고, 위성과 지상과의 통신을 위해 고유한 주파수대역을 등록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위성발사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우주기구를 통해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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