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惡한 '로빈후드 경제'

박종세 부국장 겸 여론독자부장
입력 2019.06.10 03:15

富者의 돈을 뺏어 貧者에 주는 로빈후드 경제는 부작용 낳아
다른 가난한 사람 피해 보고 메우느라 일반 국민 돈 뺏겨

박종세 부국장 겸 여론독자부장
'J노믹스'로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2년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함께 잘살자'고 했던 정책 목표는 이상적이었지만, 현재로선 분배와 성장에서 모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위 20%의 소득은 5분기 연속 감소해 상위 20%와의 격차는 6배 가깝게 벌어졌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청년 실업률은 20년 전 외환 위기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사람들이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거대한 외부 충격이 없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왜 이런 처참한 경제 성적이 나왔느냐는 것이다. 고령화와 경쟁력을 잃어가는 주력 산업 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지속되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급작스러운 한국 경제의 추락은 현 정부의 J노믹스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J노믹스는 '포용적 성장'이라는 수식에도 불구하고, 부자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는 '로빈후드 경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 법인세·부동산 보유세 등을 올려 대기업·강남 아파트 소유자 등에게서 돈을 걷고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자는 식이다.

그런데 경제는 흐름이고, 복잡한 연쇄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특정 집단 혹은 계급을 대상으로 한 반(反)시장적인 정책은 의도대로 굴러가지 않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다.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올랐고, 올해도 인상이 예상되는 최저임금제가 대표적이다. 저소득층 노동자 월급을 강제로 올려주려는 이 정책은 사회 안전망의 경계선상에 있는 치킨집 사장과 편의점 주인의 지갑을 털었다. 인건비 부담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벼랑으로 내몰리면서 무더기로 가게 문을 닫는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경제의 기본 법칙이다. 자영업자의 무덤 위에 알바 자리까지 뺏긴 사람들의 실업 행렬이 더해지면서 '일자리 대란'이 벌어진 것을 지난 2년간 목격했다. 정부는 해고를 막으려고 일자리 안정 자금을 풀고, '한국형 실업 부조'라며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매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대책을 급히 내놓았지만 땜질 처방일 뿐이다. 무리한 정부 정책으로 한꺼번에 밀려난 사람을 모두 세금으로 구제하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가난한 노동자를 돕겠다는 정책이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은 자영업자의 돈을 빼앗게 되고, 이들이 벼랑으로 떨어지자 다시 별 관계없었던 일반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비워 세금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J노믹스의 기치 아래 벌어진 시간강사 처우개선법,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다 이런 식이다.

만약 현 정권의 책임자들이 상식에 어긋나는 정책을 강행하다가 국민의 세금을 동원하는 상황을 만들 경우, 아주 일부만이라도 자기 재산을 매칭해서 넣게 한다면 이런 일을 되풀이할까. 국민이 낸 세금은 내 것이 아닌 남의 돈이니까 이렇게 함부로 쓰는 것 아니겠는가.

아우성 치는 현장의 목소리, 거듭 확인되는 냉정한 경제지표를 보고도 "성공의 길로 가고 있다"거나 "위기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대통령과 경제 참모를 보면, J노믹스에는 불가능한 것을 바라며 현실에 눈을 감는 '주술 경제학(voodoo economics)'의 성격도 있는 것 같다. 좀처럼 기댈 데가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술과 미신에 의존하는 것 아닌가. 경제를 이념의 푯대에서 내려 실용의 길로 가게 해야 한다. 한국 경제엔 아직 잠재력이 있다. 현재의 경제 노선을 고수한다면 아무리 기우제를 지내도 바라는 경제 회복의 비는 내리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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