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검찰 개혁을 진정 원하면 이런 法을 발의하라

최원규 사회부 차장
입력 2019.06.04 03:14

현 수사권 조정안은 改惡 가능성
검찰총장 추천위 구성 바꾸고 警에 압수영장 이의제기권 주는 효율적인 代案 검토해야

최원규 사회부 차장
정부·여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논의를 보면서 답답할 때가 많다. 검찰을 개혁할 요량이라면 더 쉽고 효율적인 길이 있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 논의는 검찰이 인사권을 쥔 정권의 충견(忠犬) 노릇을 하면서 무소불위 권한을 누렸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정권과 검찰의 끈을 끊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런데 그건 놔두고 수사권만 조정하고, 검찰 견제 기관으로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한다.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改惡)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수처가 독립된 수사기관이 되려면 무엇보다 공수처장 인사권을 대통령이 행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 안은 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협회장·여야가 각 2명씩 추천한 인사로 구성되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에서 두 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한 명을 임명하게 돼 있다. 대통령 영향력 아래 있는 추천 위원들이 더 많은 구조여서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이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검찰총장 인사 방식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나랏돈 들여 또 다른 '충견 검찰' 만드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 바엔 검찰의 정치 중립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게 훨씬 낫다. 법학자·변호사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던 대검 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해 권고한 '검찰총장 임명 개선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총장 후보추천위 위원(9명) 구성에서 위원 절반 이상에 미칠 수 있는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을 확 줄이는 방안이다. 장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검사장 출신 법조인을 위원에서 빼고, 민주적 방법으로 선출된 검사 대표 3명을 위원으로 추가하는 내용이다. 장관이 임명하는 민간위원 3명도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했다.

물론 최선은 대통령이 검찰 인사에서 손을 떼는 것이지만 어느 정권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방법이 차선은 된다고 본다. 검찰총장만이라도 정권 신세를 지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검찰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는 검찰청법 조항만 바꾸면 된다.

그럼 검찰은 누가 견제하느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찰에 수사종결권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수사권 조정안은 오히려 '공룡 경찰'을 탄생시킬 위험이 크다. 수사 경험이 많은 경찰들은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지금 경찰 지휘부에는 수사 경험이 별로 없는 '기획통' 출신이 많다. 그런 경찰 간부보다는 법률 지식 풍부한 검찰에서 수사 지휘를 받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대신 압수수색영장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장 청구권은 검찰이 쥐고 있다. 헌법상 권한이다. 문제는 "경찰이 검사들을 수사하려고 검찰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이를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기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고 경찰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시작부터 막히니 수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이 그런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할 경우 경찰이 직접 법원에 이의 제기를 해 한 차례 판단을 받아볼 수 있게만 해주면 문제가 풀린다는 것이다. 법원도 영장을 기각하면 경찰도 납득할 테고, 법원이 발부하면 검찰을 수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견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굳이 공수처를 둘 이유도 없다. 상당히 합리적인 방안 아닌가. 이 역시 형사소송법에 조항 하나만 추가하면 된다. 정부·국회가 검찰 개혁을 진정 원한다면 거창하게 일을 벌일 게 아니라 이런 법 개정안부터 냈으면 한다.


조선일보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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