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유시민의 대선 출마 계산서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5.31 18:39

유시민, 올해 예순 살이다. 이순(耳順), ‘귀’가 순해지는 나이다. 그렇지만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은 아직도 ‘입’이 왕성한 정치인이다. 잘 쓴 ‘항소이유서’로 알려졌던 청년, 머리 좋고 재능 넘치는 사람, 그러나 국회의원이 됐을 때 하얀 바지 차림으로 풍파를 일으킨 사람, "옳은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는 말을 들은 사람, 자신의 ‘말빨’로 누구든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장관도 했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했고, 유튜브도 하고, 지금은 ‘대선 출마 여부’로 배를 젓고 있는 사람, 오늘은 ‘이단아 유시민’에 대한 철저 탐구다.

오늘은 유시민 이사장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존칭 생략하고 이름으로 부른다. 유시민은 최근 모친상을 치르고 돌아왔다. 모친이 2년 반 동안 뇌경색을 앓으셨던 분이고, "작별연습을 해온 분"이었기에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담배 가게를 하면서 생계를 꾸렸던 분이라고 한다. 유시민은 모친상을 치른 뒤 최근 한 신문과 장문의 인터뷰를 했다. 유시민은 "설령 진보계열이 위기에 몰리거나 그 어떤 상황이 돼도 제가 정계에 복귀할 의무는 없다"며 "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불출마를 다시 한 번 다짐하는 말로 들렸다.

그러나 유시민은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얘기 중에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은 뜻대로 안 되는데, 안 하고 싶은 것은 뜻대로 된다." 이게 무슨 말일까. 당연히 유시민의 속뜻은 뒷부분에 있다. 안 하고 싶지만, 등 떠밀려 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해석됐다. 최근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대선 출마와 관련, "당장 먹을 밥은 아니지만 유사시에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비축해 두면 좋으니까요." 하고 말했다. ‘당장 먹을 밥’은 앞에 나서는 대선 후보들, ‘비축 식재료’는 유사시 대타로 뛸 수 있는 후보를 뜻한다.

유시민은 양정철 앞에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도 얘기했다. 내가 ‘정계 은퇴’를 반복해서 확인해왔는데, 어떻게 내 입으로 대선 출마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 양정철 당신이 내 등을 좀 떠밀어 다오, 이런 뜻으로 읽혔다. 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그가 출마한다고 봤다.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때 박 의원이 유시민에게 "앞으로 대통령이 돼도 나와 단독 면담을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유시민이 웃으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말했다. "그는 ‘응원단장’이 되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라운드의 주전 선수보다 응원단장이 너무 인기가 치솟을 경우, 유시민이 선수로 뛸지 응원단장으로 남을지 지켜봐야 한다."

자, 여기서 ‘김광일의 입’이 분석 들어간다. 먼저 민주당 쪽 잠룡들 면면(面面)이 만만찮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2심에서 유죄 판결, 수감 중이다. 일단 젖혀 둔다. 조국 민정수석. 조 수석은 매우 이례적으로 지난 5·18 기념식에 모습을 보였다. 총선에서 ‘부산 차출론’에 힘이 실린다.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결코 가벼운 상대가 아니다. 이낙연 총리, 누가 뭐래도 현재 여권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1위다. 박원순 서울시장, 자타 공인하는 유력주자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종로에 출마해서 바람을 일으키면 그 역시 유력주자가 된다. 김부겸 의원. 행안부 장관직 잘 마쳤고, 최근 지역구인 대구에도 부지런히 오간다. 김경수 경남지사. 이 사람은 ‘드루킹 사건’을 뛰어넘더니 이제는 확실한 친노·친문 적자(嫡子)로 대접받고 있다.

자, 그렇다면, 유시민이 조국, 이재명, 이낙연, 박원순, 임종석, 김부겸, 김경수, 이렇게 7명 잠룡들과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을 때 과연 승산이 있을까. 여의도 사정에 정통한 한 보좌관은 이런 칼럼을 썼다. "유시민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잇는 다음 대통령이 되고 싶을까? 아주 간절하게 그럴 것이(다)." "하지만, 결국 유시민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을 계승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 이후 유시민은 지금의 민주당 쪽과 거리를 둬 왔다. 노무현 서거 이후 그는 내내 혼자였다. 현실 정치에 기반도 조직도 없다. 여권의 주류인 친노·친문 세력과도 결이 다르고, 비주류와도 섞이기 어렵다. 이게 칼럼을 비롯, 여의도에서 ‘유시민 불출마’를 내다보는 판단 근거다.

게다가 최근 유시민은 한국당 심재철 의원과 1980년 합수부에서 있었던 ‘진술서 배신자 논쟁’을 벌여 아무 이득도 없었고, 또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두고 광주 시민에게 ‘쳐다보지도, 말을 섞지도, 악수도 하지 말라’고 했다는 논란과 ‘악수 패싱’ 비난에 휩싸여 청와대와 김정숙 여사에게 큰 부담을 안기고 말았다. 그게 유시민의 현주소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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