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조차 "北은 민족끼리, 文은 식구끼리"

이민석 기자
입력 2019.05.30 04:12

文대통령 회전문·코드 인사 비판 "진짜 답답… 객관적 인물 더 써라"

문재인 정부 인사(人事) 때마다 대통령 측근이나 코드를 맞춘 인사들을 각종 요직에 거듭 기용하는 일이 정부 출범 3년 차에도 반복되고 있다. 28일 차관급 인사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에 법제처장이, 법제처장엔 청와대 전 법무비서관이 임명되자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했던 균형·탕평 인사는 어디로 갔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는 사람을 기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우리 민족끼리 하겠다'가 문제인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우리 식구끼리' 하겠다는 것이다. 진짜 답답하다"며 "문 대통령이 객관적인 인사들을 더 써야 한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돌려막기를 해도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하는데 이건 갈 데까지 갔다는 선전포고"라고 했다.

이런 야당의 반발에도 문 대통령은 쓴 사람만 계속 쓰는 '회전문 인사'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퇴임 한 달 만에 대통령 특임 아랍에미리트(UAE) 외교특별보좌관에 위촉됐다. 작년 6월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탁현민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도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작년 11월 말 '경제 투톱'인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에 홍남기 당시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각각 임명했을 때도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한 달 뒤인 작년 12월 문 대통령은 이호승 청와대 일자리비서관을 기재부 1차관에,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을 국무조정실 2차장에,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을 과기부 1차관에 임명해 청와대 '친정(親政) 체제' 를 강화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엔 대중(對中) 외교 경험이 거의 없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주중 대사에 임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김장수 전 청와대 안보실장을 주중 대사로 내정하자 "전문성을 무시한 전형적인 보은,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했었다. 자신들이 비판했던 일을 똑같이 되풀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 때는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매번 '코드' '친문(親文)'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행정부, 공공기관은 대선 캠프 출신이나 더불어민주당 인사, 민변과 참여연대로 대표되는 코드 인사 등 이른바 '캠코더'가 사실상 장악했다는 평가다. 더구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 중앙선관위까지 '국제인권법·우리법 연구회' 등으로 대표되는 코드 인사가 임명됐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집권 이후 '믿고 쓸 만한' 사람을 찾다 보니 직접 기용해봤던 사람들로만 인사 대상이 좁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과거 문 대통령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정무특보 등을 거쳐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노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천호선 전 의전비서관 등도 각각 다른 비서관 자리를 네 번에 걸쳐 맡았다.

여권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믿고 쓸 만하다고 생각한 측근들에 대해선 직무 적합도나 전문성 등과는 관계없이 돌려 썼다"며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도 당시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여당 내에서도 "측근·코드 인사를 계속하다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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