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한 방울이면… 퀴퀴한 당신도 '쏘~쿨'

최보윤 기자
입력 2019.05.28 03:01

[세계 3대 조향사 파브리스 펠레그린]
조말론·에르메스·록시땅 등에서 100여점의 향수 선보이며 화제
딥티크 신작 '오 드 민테' 내놓아

올여름 거리는 민트(박하) 향으로 넘실댈 것 같다. 흔히 '아저씨·목욕탕·싸구려 스킨'의 대명사였던 민트가 올해는 좀 더 경쾌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으로 '여름 향기'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프랑스 르 피가로는 "여름의 대표 칵테일인 모히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민트를 기본으로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는 조향이 대세가 됐다"며 "최근 선보인 겔랑의 '롬므 이데알 쿨', 딥티크의 '오 드 민테', 록시땅의 '버벳 소르베' 등이 한여름 정열과 에너지를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바다 냄새와 민트향을 닮은 물을 찾아내는 건 고대 그리스 때부터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다며 "고고학자들 기록에 따르면 이미 기원전 550년에 바다 향에 푹 빠진 고대 그리스인들이 배에 '향수 전용 구멍'을 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펠레그린 작업실을 재현한 딥티크 팝업 스토어에서 포즈를 취한 조향사 파브리스 펠레그린.이미지 크게보기
펠레그린 작업실을 재현한 딥티크 팝업 스토어에서 포즈를 취한 조향사 파브리스 펠레그린. /딥티크
"민트는 명확한 느낌이지만 그럴수록 굉장히 복잡한 조향 과정이 필요합니다. 상쾌하기 때문에 청결제나 치약 종류를 연상시킬 수 있거든요. 민트 향에 푸제르(fougère·고사리 계열) 쪽 재료, 즉 라벤더, 베르가모트, 파촐리, 제라늄 등의 성분을 잘 배합하면 한결 고급스러운 향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조향 그룹인 프랑스 퍼메니치 소속으로 '세계 3대 조향사'로 불리는 파브리스 펠레그린이 최근 한국을 찾아 요즘 사랑받는 민트 향수에 대해 설명했다. 딥티크의 '도손', 조말론 '블랙베리&베이', 에르메스의 '칼레시 오 델리카', 록시땅의 '그린 티' 등 연이은 히트작을 내며 1995년부터 지금까지 100여점 넘는 작품을 선보인 그가, 딥티크와 손잡고 만든 '오 드 민테'로 또 한 번 글로벌 베스트셀러에 도전하는 중이다.

'오 드 민테' 조향을 펠레그린에게 처음 제안한 딥티크의 미리엄 바도는 "냉혹한 현실을 따사롭게 품어주는 온기를 주입하고 싶었다"고 했다. "엘리베이터에 남아 있던 누군가의 잔향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게 여자였는지, 남자였는지는 모르지만…. '아!' 하는 탄성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복기하고 싶은 향이었지요."

3000개가 넘는 향을 구분한다는 조향사 펠레그린이 가장 중시한 건 서로 대조적인 느낌을 찾는 것이었다. 보통 꽃잎 추출물을 많이 쓰지만 초여름 햇볕같이 따스한 느낌의 민트 향을 자아내기 위해 캐스케이드 민트와 파촐리, 제라늄 등의 이파리만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중후하고도 부드러운 끝내음을 자아낸다. "같은 사람이라도 낮과 밤의 모습이 다를 수 있는 것처럼, 첫 향과 마지막 향 느낌이 완전히 다르게 변신하는 향을 고르면 마치 옷을 바꿔 입은 듯한 느낌이 들지요. 귀 뒤, 손목, 가슴골, 무릎 뒤 등 맥박이 뛰는 곳을 찾는 게 '정석'이지만 이 향수만큼은 머리카락이든, 옷깃이든 피부가 스치는 곳 어디나 뿌려도 좋습니다. 옅은 향도 충분히 매혹적이니까요."


조선일보 A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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