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수뇌부로 옮겨가는 '삼바' 수사...이젠 분식회계에 집중

박현익 기자
입력 2019.05.27 15:35 수정 2019.05.27 16:08
檢 삼바 의혹 수사, JY 최측근 정현호 사장 코앞
증거인멸 다음은 ‘본류’인 분식회계 수사에 집중
삼성 측 "증거인멸, 분식회계 논의한 적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삼성전자 부사장 2명을 추가로 구속한 데 이어 칼 끝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을 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 사건 본류인 분식회계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한 중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지난 22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檢 "증거인멸, 윗선 결단 없이는 불가능"
법원은 지난 25일 삼성전자 김모 사업지원 TF 부사장과 박모 인사팀 부사장에 대해 "범죄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사장이 소속돼 있는 사업지원 TF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의 후신이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측에 관련 자료를 없애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사장은 부하 직원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윗선 지시를 받은 사실을 검찰에 진술하지 말라"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어린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렸던 임원 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5월 분식회계가 맞는다고 결론 내린 직후에 열린 이 회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주도로 삼성바이오 김태한 사장 등 관계사 임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일종의 대책회의라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회의를 주도한 사업지원TF 안모 부사장과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 부사장을 최근 소환 조사했으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계열사의 회계자료를 없애고 숨기는데 그룹 수뇌부의 지시나 허락이 없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미 부하직원들의 관련 진술은 여러 건 나왔다"고 했다. 안·이 부사장을 거쳐 이 부회장의 최측근이자 사업지원TF 수장인 정현호 사장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삼성은 "회의가 열린 것은 맞지만 사업상 논의를 위한 자리였지 증거인멸을 논의한 자리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법원도 이 회의에 참석했던 김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어린이날 회의의 소집 및 참석 경위, 회의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김 사장의 증거인멸 공모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증거인멸 이어 분식회계 본격 수사…핵심은 회계처리 바꾼 ‘의도’
검찰은 증거인멸 수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진 증거인멸 수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해 왔다"면서도 "이 사건에서 증거인멸과 본류(분식회계)인 사안의 규명이 서로 맞닿아있어 결국 그쪽(분식회계)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작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은 삼성이 2015년 12월 삼성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바꾼 것이 적법했는가 여부다.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는 상장을 앞두고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자회사에 대한 회계처리방식이 바뀌면서 삼성바이오는 4조8000억원의 이익을 거두는 효과를 봤고, 상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자본잠식도 피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을 피하려고 자의적인 회계처리를 한 것이어서 분식회계라고 봤다.

그러나 삼성은 "신약 개발 성과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콜옵션을 갖고 있던 합작사가 지배권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돼 바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삼성바이오와 손을 잡고 삼성에피스를 설립한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은 당초 전체 지분의 15%만 투자하면서 나중에 원할 때 절반(50%-1주)까지 싸게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갖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 측 주장은 이 콜옵션과 관련해 달라진 상황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로오직스./연합뉴스
◇'콜옵션 행사' 논의 여부따라 이재용도 개입 가능성
검찰은 최근 증거인멸 수사에서 분식회계 단서를 여럿 확보했다고 한다. 회계처리방식을 바꾼 2015년 이전 이 부회장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염두에 두고 계열사 임원, 바이오젠 대표 등과 통화하며 논의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했을 때 삼성이 그 지분을 되사는 방안도 프로젝트 ‘오로라’라는 이름으로 준비했다는 자료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인식했다면 삼성바이오 상장 시점이 아닌 그 이전부터 삼성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꿨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 측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이 같은 회계처리가 분식회계(외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 등) 뿐 아니라 사기죄에도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회사 가치를 부풀려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채권자를 기망한 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금융기관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중이다. 또 삼성바이오가 2016년 상장할 때 투자자들로부터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금을 받은 것 역시 증권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 등이 바이오젠 측과 논의한 것은 콜옵션 공시 등 회계처리와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향후 검찰 조사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실이 아니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무차별적으로 보도돼 회사·투자자 등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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