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들썩이게 한 봉준호의 '기생충'…'최고 영예' 황금종려상 수상

한동희 기자
입력 2019.05.26 03:40 수정 2019.05.26 10:16
25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제72회 프랑스 칸영화제의 최고상 ‘황금종려상’은 대한민국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돌아갔다. 한국 영화 역사상 첫 황금종려상이다.

칸 영화제는 이날 오후 7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폐막식과 함께 시상식을 가졌다. 지난 12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날 시상식에서 프랑스의 유명여배우 카트리느 드뇌브와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호명했다. 봉 감독은 주연배우 송강호와 함께 참석했다.

'기생충'은 이번에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등 21개 작품과 경쟁했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를린ㆍ베네치아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칸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건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뒤 9년 만이다.


봉준호 감독이 22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기생충'(Parasite) 공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 감독은 이날 상을 받곤 "프랑스어 연설은 준비 못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며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화감독을 꿈꾸던 어리숙한 12살 소년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만지게 된다니…."라며 벅찬 감동을 드러냈다.

봉 감독은 이어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했다.

칸에서 처음 공개된 기생충은 이번 영화제 최고 화제작이었다. 기생충은 백수 가족의 장남이 부잣집의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 등이 출연했다. 코미디·스릴러·공포물을 오가는 이 작품이 상영되는 131분간 영화관에는 폭소와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가 상영된 뤼미에르 대극장을 채운 2000여 관객은 영화가 끝나고 9분 넘도록 기립 박수를 쳤다. 박수 세례가 그치지 않자 봉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상영 후에는 외신과 평론가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당신의 피부 아래로 파고들어와 이빨을 박아 넣는 영화"라고 극찬했다. 칸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는 켄 로치, 쿠엔틴 타란티노, 페드로 알모도바르, 다르덴 형제와 같은 쟁쟁한 거장 감독의 작품들을 제치고 '기생충'에 최고점인 평점 3.5점(4.0 만점)을 줬다. 일부 평론가들은 칸영화제가 사회문제를 발언하는 영화에 상을 주는 쪽이었다는 점에서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을 앞서 점치기도 했다.

봉 감독의 수상은 한국 영화가 칸에 진출한 지 19년만에 나온 쾌거다. 2000년에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최초로 경쟁작에 진출했고,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를 받았다. 이창동 감독은 2010년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고, 배우 전도연은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공시지가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