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vs 화웨이 제재...중국 대응 닮은 점⋅다른 점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입력 2019.05.24 18:07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문제로 일제 불매 운동을 했고,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때는 한류(韓流) 제품을 불매했다. 오늘 화웨이(華爲)가 당하는데 어떻게 미제 불매 운동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가."

지난 23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이다. 중국 인터넷에는 미국의 애플 아이폰과 KFC 불매를 주장하고 항일 전쟁 영화 갱도전(地道戰 땅굴을 이용하여 벌이는 전투)의 주제곡을 반미(反美) 가사로 개사한 노래가 확산되기도 하지만 사드 한국 배치로 반한(反韓) 정서가 최고조에 이르던 2017년 3월과는 비교도 안된다.

롯데가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롯데마트 중국 매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한국 화장품 가게에서 왜 일하냐고 호통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학교에서 반 롯데 구호를 외치고, 중국 할인점 매대에서 한국 식음료를 내렸으며, 롯데 음료와 주류를 굴착기로 부수기도 했다.

심지어 택시를 타고 가다 한국 말을 하는 승객을 기사가 내리게 하고, 식당에 갔다가 쫓겨난 교민들 사연 등이 쏟아졌다. 한류 스타 공연 불허와 한류 콘텐츠 업데이트 금지, 단체관광 금지령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TV 홈쇼핑에서 한국을 연상하는 상징물조차 등장시킬 수 없었다. 롯데마트는 대규모 영업정지 직격탄으로 결국 중국에서 철수해야했다. 롯데월드 선양 공사는 2년간 중단됐다가 최근에야 시공 재개 허가를 받았다.

반면 요즘 중국 인터넷에 쏟아지는 반미 정서는 제한적이다. 인터넷에 미국제품 금지령 공문이 확산되기도 했지만 아이폰이나 월마트 매장 인근에서 불매 시위가 일어나거나 사드 보복을 떠올리게 하는 화웨이 제재에 대한 보복 장면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베이징의 산리툰에 있는 애플 매장에서 만난 중국인들에게서 애국을 위해 아이폰을 사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듣기 힘들었다. 하이난(海南)에서 미국 정부 관료들에게 25%의 봉사료를 추가로 받겠다는 호텔이 등장하고, 미국산 돼지고기 통관이 지체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사드보복의 충격에 비할 바는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화웨이 제재 갈등이 불거지면서 중국 관영언론들이 연일 반미 정서를 고취시키는 여론전에 나서면 미국 정부 관료들에게 봉사료를 25% 추가받는다는 호텔(위)이 하이난에 등장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 갈등때 롯데제품과 매장 등에 가한 보복조치에 비할 바 아니다는 지적이다. /웨이보
이를 두고 한국과 미국을 달리 상대하는 중국의 전략이라는 시각과 미⋅중 무역전쟁이 야기하는 경제불확실성에 불만이 커진 민중들의 애국주의 정서가 예전만큼 달아오르지 않는다는 지적이 혼재한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염두해둬야 하는 중국으로선 마지노선을 깨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웨이보에는 "미제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그럼 인터넷을 하지 말고 원시시대로 돌아가야지"하는 식의 냉소적인 댓글도 적지 않다.

사드 갈등 때 중국 관영언론들은 일사불란하게 사드보복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반한 정서를 부추겼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요즘에 중국 관영언론들의 일사불란한 반미 정서 부추기기는 사드 때와 다르지 않다.

중국 관영 CCTV 영화채널에서 항미원조 전쟁(抗美援朝戰)으로 불리는 6.25 전쟁 소재 영화를 연일 방영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장정 출발지를 찾아 새로운 대장정에 올랐다고 선언하면서 ‘전의’를 다지는 모습도 서슴치 않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의 신 대장정을 두고 미국과의 무역전쟁 악화 상황을 얘기한 것으로 당은 인민들이 이전에 겪었던 역경을 다시 떠올리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올해 건국 70주년을 맞이해 강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한 시 주석에게 밀리는 인상을 주는 듯한 무역협상 타결은 19세기 서방 열강에 밀려 맺었던 굴욕적 조약을 떠올리게 하는 정치적 리스크를 안긴다. 중국 당국이 반미 여론전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이유다.

사드배치와 화웨이 제재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닮은 점과 다른 점이 혼재돼 있지만 각각 한국과 미국을 비방하는 논리에는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캉(陆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국가의 힘으로 다른 나라 국가 기업을 압박하고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취하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제간 협력을 깨는 잘못된 행실을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대신에 중국을 넣으면 당시 한국에 일던 반중 정서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3일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어떤 국가도 자국법을 근거로 임의로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미국이 국가 역량으로 중국기업을 압박하는 건 양국 기업간 정상적인 상업협력을 엄중히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롯데마트 영업정지를 두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자국법을 따라야한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중국 당국은 또 한류에 대한 제재나 단체관광 금지가 중국 민중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지만 한류 드라마를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돌려보는 네티즌이 적지 않고, 한한령(限韓令)이 해제되기만을 기다리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체들도 많다.

시 주석 부부가 관람한 지난 15일 제1회 아시아 문명대화 대회 축하 행사인 아시아 문화 카니발에서 노래를 부른 한류 스타 비(정지훈)는 사드 갈등 이후 중국내 국가급행사에 등장한 첫 한류스타였다. 관영 CCTV는 저녁 7시 메인뉴스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 교류의 장벽을 깨고 공동협력을 촉진하자고 한 시 주석의 문명대화 대회 기조연설 발언에 매우 감동했다는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한령 해제 여부와 시기는 불확실하다.

사드 배치는 북핵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안보우려가 출발점이었다. 화웨이 제재는 공식적으론 미국의 안보우려가 시작점이다. 사드배치에 대해 중국은 한국의 안보우려가 과도하다며 자국의 핵심이익을 해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화웨이 제재에 대해서도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일반화한다며 자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한국도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이 제2의 사드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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