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캠핑장비, 전국 어디든 내집이다… 야외 활동에 좋은 5~6월은 자캠족 성수기

여주=박근희 기자
입력 2019.05.25 03:00

[아무튼, 주말]
자캠의 매력… 인기 자캠로드

접이식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전거 캠핑을 하는 이수현 작가. / 최상원·이수현

커다란 배낭을 메거나 자전거에 싣고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는 이들이 눈에 종종 띈다. 핸들 앞쪽에도, 바퀴 양옆에도 주렁주렁 물건이 실려 있다. 트레일러(바퀴가 달린 일종의 수레)를 연결해 짐을 싣고 가기도 한다. 일명 '자캠족'. 자전거를 타고 캠핑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요즘 인기라는 '자캠'에 도전해봤다. 고수들의 '자캠 로드'도 공개한다.

경기도 여주 강천섬은 자전거 캠핑 명소다. 한강자전거길·남한강자전거길과 이어진다. / 박근희 기자
자전거 캠핑 성지(聖地), 여주 강천섬

여행이란 목적지만 잘 정해도 절반은 성공. 평균 3년 이상 자전거 캠핑을 해 온 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여주 강천면 강천섬을 추천했다. 때마침 새로 산 접이식 자전거를 차 트렁크에 싣고 금요일 오후 강천섬으로 향했다. 간단한 백패킹(backpacking·배낭에 야영 장비를 짊어지고 떠나는 캠핑) 장비도 챙겼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 달리니 강천섬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말을 앞둬서인지 구름 낀 날씨에도 차들이 주차장으로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피크닉과 캠핑 장비를 챙겨왔다. 차량에서 자전거를 내리는 이들도 여럿 보였다.

여주군 강천면 굴암지구와 능서면 도리지구의 경계인 한강과 샛강 사이 강천섬은 전기·편의·상업 시설 하나 없이 자연섬처럼 조성된 인공섬이다. 차량 출입도 안 된다. 입도하려면 주차장에 주차한 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한다. 제한된 환경 덕분에 오지(奧地)와 같은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몇 년 전부터 '백패커(백패킹하는 사람) 성지'로 통하고 있다.

여주 강천섬에 있는 이정표.
진입로에 해당하는 강천교 초입쯤 약간의 경사로만 있을 뿐 대부분 평지여서 자전거 타기 수월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아카시아 향과 풀 비린내가 달려들었다. 주차장에서 캠핑 구역인 잔디광장까지 자전거로 5분 정도. 넓은 초지엔 이미 대여섯 팀이 캠핑 중이거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식 야영장이 아니기에 입장료, 이용료는 없다. 일찍 도착한 사람에게 자리 우선 선택권이 주어진다. 다년간 다녀간 백패커들 사이에선 잔디광장 가장자리 나무 그늘이 명당으로 꼽힌다.

오지 캠핑의 맛을 느낄 수는 있지만, 자연에서의 하룻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공중화장실은 달랑 한 곳, 편의점이나 마트도 없다. 인근 굴암리 마을에 가야 작은 마트가 있다. 편의시설이 없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단양쑥부쟁이 서식지, 느티나무 숲, 은행나무길, 억새밭, 야생화원 등을 둘러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섬 한 바퀴 둘러보는 데 20분 정도 걸렸다. 강천섬에선 '한강 종주 자전거길', 충주 탄금대까지 이르는 '남한강 자전거길'로 이어 달릴 수 있다.

느지막한 오후에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을 타고 강천섬에 도착한 최훈(36·경기도 광명)씨는 "한 달에 1~2회 자전거 실컷 타고 싶을 때 '자캠'을 한다"며 "이번엔 집에서 강천섬까지 차로 이동했지만, 평소엔 대중교통과 짐받이를 장착한 자전거로만 이동한다"고 했다. 경강선 여주역에서 내리면 강천섬까지 자전거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강천섬 캠핑객들은 대부분 1~2인용 텐트에 접이식 의자와 침낭 정도 펼쳐두고 한가함을 즐겼다. 해가 진 후엔 '전기 없는 삶' 체험이 기다린다. 대부분 해 지기 전 이른 저녁을 간단히 해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분위기다. 몇몇은 미리 충전해 온 랜턴을 켜거나 헤드랜턴 빛에 의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른 잠을 청했다.

지난 17일 금요일 오후 느지막이 경기도 여주 강천섬에서 자전거 캠핑 중인 최훈씨. / 박근희 기자
접이식 자전거에 배낭 싣고 방방곡곡 여행

국내에선 2000년대 중반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동호인들 사이에서 '자전거 캠핑'이라는 말이 시작됐다. 자전거 캠핑의 원조 격인 셈. 하지만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5~6년 전 '브롬핑(bromping)'이라는 이름으로 자전거 캠핑이 유행하면서부터다. 브롬핑은 접이식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과 '캠핑'의 합성어로 브롬톤 자전거 동호인들의 레저 문화다. 4만5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네이버 커뮤니티 브롬톤 뿐 아니라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엔 '브롬핑' 관련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시작은 브롬톤' '숲의 하루'를 펴낸 포토그래퍼 최상원, 작가 이수현씨 부부는 올해로 브롬핑 6년 차다. 서울에 사는 부부는 이 작은 바퀴의 접이식 자전거를 이용해 전국을 여행한다. 자전거에 전용 가방과 짐받이를 장착하고 캠핑 장비는 최대한 간소하게, 초경량으로 챙겨 가볍게 떠난다. 그동안 남한강·섬진강 자전거길 외에도 제주도까지 방방곡곡 돌며 브롬핑을 즐겼다. 오롯이 자전거로만 달릴 때도 있지만, 장거리 여행의 경우 '점프 뛰기(지하철·버스·배·비행기 등 대중교통과 연계해 목적지에 최대한 가까이 간 뒤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도 한다. 충주 비내섬을 목적지로 잡을 경우 충주시 충주공용버스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가 터미널에서부터 자전거로 이동하거나 연계 버스를 타고 가다가 다시 자전거로 갈아타고 이동하는 식이다. 이씨는 "작은 바퀴에 휴대가 편한 미니 벨로 형태의 접이식 자전거는 접었을 경우 대중교통 이용이 수월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다.

'간소' '경량'이 핵심인 자전거 캠핑 준비물. / 최상원·이수현
최원석(35·전북 전주)씨 역시 브롬톤 자전거를 타고 울릉도, 제주도로 가 캠핑했다. 각각 배와 항공편으로 '점프'했다. 최씨는 "백패킹을 즐기다 걷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자전거를 이용하게 됐다"며 "그동안의 여행이 훑어만 보는 '관광'에 가까웠다면 자전거 캠핑은 여행지를 탐험하고 사는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제주도 자캠 후 경사 구간에서 좀 더 편하게 달리기 위해 자전거 전용 전동 장치를 달았다. 최씨는 "경사가 있는 구간에서 진땀을 빼기도 하고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목적지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나면 모든 수고가 성취감으로 바뀐다"며 "자전거 캠핑의 진정한 묘미"라고 말했다.

제주 자전거 캠핑을 다녀온 김연지씨 부부. / 김연지
'자캠'용으로 인기인 자전거 브랜드 '아라야'의 자전거. / 자캠몰
최근엔 좀 더 다양한 자전거로 자전거 캠핑을 즐기는 분위기다. 자전거 캠핑 전문 쇼핑몰인 '자캠몰' 김옥석(51) 대표는 "자전거 캠핑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소비자층도 30~50대로 두꺼워졌다"며 "'설리' '아라야' 등 수입되는 여행용 자전거 브랜드도 다양해졌다"고 했다.'오토바이 바퀴 자전거'라는 별칭이 붙은 팻바이크 자전거도 그중 하나. 6년 전쯤 개설한 네이버 카페 '팻바이크에 빠진 사람들'은 2~3년 전부터 회원이 대폭 늘었다. 카페 운영진인 유관룡(43·경기도 시흥)씨는 "팻바이크는 접이식 자전거가 아니라 휴대가 간편하진 않지만, 백패킹 장비 등을 싣는 데에 유용해 자캠용으로 많이 선택한다"고 했다. 모래나 눈 위에서 타기 위해 제작된 특수 자전거라 흙길, 산길 등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다. 산을 좋아하는 백패커들이 선택하는 이유다. 유씨 역시 팻바이크를 타고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천 강화도 해안길 등을 완주했다. 유씨는 "다음 달 15일 카페 동호인들과 번개 형식의 자전거 캠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팻바이크'로 자전거 캠핑을 즐기는 유관룡씨. / 유관룡
자전거 캠핑을 하는 이들은 캠핑보다 자전거 여행에 좀 더 집중한다. 자전거 캠핑 4년 차인 유병일(45·경기도 파주)씨는 "오토 캠핑을 하다 보니 캠핑장에서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정작 여행다운 여행은 못해 아쉬웠다"며 "요즘엔 자전거를 타고 충분히 여행하고 캠핑은 쉬는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사춘기인 두 아들과 건전한 취미를 공유하고 대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 자전거 캠핑을 시작했다"는 그는 "자녀와 함께하기에 좋은 취미"라고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캠핑하는 '모토캠핑'족도 등장하고 있다. 자전거길 위주로 코스를 짜야 하는 자전거 캠핑과 달리 모토캠핑은 일반 도로를 편하고 쉽게 달릴 수 있어 선호한다. 오토캠핑 10년 차인 박세련(32·전남 순천)씨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오토 캠핑도 좋지만, 이따금 오롯이 나를 위한 여행과 캠핑을 하고 싶어 단짝 친구와 섬진강 일대로 모토캠핑을 다녀오곤 한다"고 했다. 박씨는 "차로는 진입할 수 없는 곳에서 캠핑할 수 있다는 게 자전거 캠핑과 모토캠핑의 매력"이라고 했다.

오토바이크를 이용해 모토캠핑을 즐기기도 하는 박세련(사진 오른쪽)씨. / 박세련
5월 중순~6월 초 적기, 비내섬·석모도 추천

자캠 적기는 5월 중순부터 더워지기 직전인 6월 초·중순까지,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다. 햇볕이 강하지 않아 자전거를 타기에 좋고, 밤에도 춥지 않아 적당한 두께의 가벼운 침낭만 있다면 캠핑하기에도 좋은 시기다.

초보들이 우선 도전해볼 만한 곳은 자전거길 인근 사설 캠핑장이다. 사용료가 있지만, 시설이 잘돼 있어 편하고 안전하다. 다만 사설 캠핑장은 가족 단위 오토 캠핑객들이 많아 혼자 백패킹을 한다면 다소 외로울 수 있다. 1박 2일 코스는 편도 50~60km 정도의 거리가 무난하다. 고수들이 꼽은 '자캠 로드' 명소들은 자연 그대로의 민낯을 만날 수 있는 '섬'이다. 그중 강천섬과 비내섬은 경사가 완만하고 한강 자전거길·남한강 자전거길과 이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다. 두 곳 모두 차량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이수현 작가는 "비내섬 가는 길에 충주요트장, 남한강 전망데크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며 "비내섬은 강천섬과 달리 자동차가 진입할 수 있는 구간도 있어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간 뒤 탈 수도 있다"고 했다.

섬진강자전거길의 포토존인 '빨간우체통'. / 최상원·이수현
174㎞에 이르는 섬진강 자전거길은 전국 자전거길 가운데 자연미를 가장 잘 살린 코스로 꼽힌다. 이 작가는 "종주가 부담스럽다면 전남 곡성역부터 시작해 '섬지캠핑장' 구간이 달려볼 만하다"고 했다. 48㎞, 2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다. 곡성역 인근에 자전거도로가 있어 진입이 쉽다. 자전거길과 인접한 곡성군 한옥카페 '두가헌'은 자전거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다. 여정은 구례군 섬지캠핑장에서 마무리한다. 소나무숲이 울창해 오지 캠핑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팻바이크로 캠핑을 하는 유관룡씨는 인천 강화도와 석모도 코스를 추천했다. 강화도 초지대교 부근에 주차를 하고 자전거에 배낭을 실어 이동한다. 유씨는 "2박 3일간 200㎞에 이르는 강화도 해안길을 따라 자전거 타고 석모대교를 건너 석모도에 입도해 캠핑했다"며 "강화도 해안길 남부 구간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져 쉽게 지칠 수 있으니 숙련을 거친 후 완주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멀리 떠나기 전에 집 근처로 자전거 피크닉부터… 캠핑 장비는 10㎏ 내외 경량으로

고수들이 전하는 '자전거 캠핑' 깨알팁


자전거 피크닉부터

자전거 캠핑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한강 등 집과 가까운 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 피크닉부터 가볍게 시작해보자. 첫날은 당일치기 2시간 코스 이내가 적당하다. 자전거가 없다면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를 우선 활용해본다.

여행용 자전거 준비

언덕이나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할 때도 있다. 캠핑 겸용 자전거라면 타는 사람 몸무게에 캠핑 장비를 합한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한다. 프레임은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녹슬지 않는 소재를 택한다. 경우에 따라 짐받이, 주머니 등을 장착할 수 있는지도 살핀다.

캠핑 장비는 10㎏ 내외

자전거 캠핑에선 최소한의 짐을 꾸리는 것이 핵심. 짐은 총 10㎏ 내외가 적당하다. 초경량 용품이 자전거의 부담을 줄여준다.

안전장치, 수리용품 필수

안전 주행을 위해 헬멧, 고글, 전조등, 후미등을 갖춰야 한다. 주행 중 자전거 고장에 대비해 휴대용 펌프와 자전거 수리 키트도 반드시 챙긴다.
조선일보 B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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