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가 기밀 유출"… 野 "구걸외교 책임전가"

원선우 기자 이민석 기자
입력 2019.05.24 03:02

韓美정상 통화 내용 공개 파문 확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야당 의원이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23일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K씨를 감찰한 결과, K씨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과 통화해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이를 '국가 기밀 유출'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의정 활동을 막는 것으로, '불법 감찰'로 공무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가 기밀"인데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는 靑

강 의원은 이달 9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지난 7일) 통화하면서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며 (5월 하순 일본 방문 전) 방한을 설득했다"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방문 뒤 미국에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방식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강 의원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반박 발표 뒤 곧바로 외교부 직원들을 '정보 유출자'로 의심해 보안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청와대는 외교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고 있는 군·국정원 등 정보 요원들에 대해서도 '휴대폰 감찰'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문서가 조윤제 대사만 볼 수 있는 기밀문서였지만 대사관 직원 여럿이 돌려 봤다는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유출자로 지목된 K씨에 대해 징계와 함께, 외교상 기밀 누설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강 의원이 주장한 내용에 대해선 여전히 "사실과 다르다"고만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밀 유출이라면 강 의원 기자회견 내용은 사실이란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기밀을 발설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한·미 간 불협화음을 인정할 수 없으니 앞뒤가 안 맞는 대답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현 국정원 기조실장)이 기자와 통화해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감찰 상황을 누설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문제의 본질은 명백히 우 수석인데 특별감찰관을 문제 삼는 보도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었다.

"기밀 유출" vs "공익 제보"

한국당은 '공익 제보' '정당한 의정 활동'이라고 맞섰다. 강 의원은 "북핵 위기 가운데 미국 대통령의 방한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라며 "(이를 파악하는 것은) 모든 정보를 숨기는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당 의원의 의정 활동"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의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 제보의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정·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 공익 제보"라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청와대가 보안 조사를 명분으로 공무원 휴대전화를 조사하는 것은 강요된 동의에 의한 강제 제출이고 헌법이 명시한 영장주의를 무력화하는 불법 감찰이자 직권남용"이라며 "구걸 외교의 민낯을 들키자 공무원에게 책임을 지운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고 이뤄지는 것이라 전혀 불법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특감반과 경호처에 대해 과도한 감찰을 벌였다는 논란이 제기됐을 때도 같은 논리로 대응했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 관련 외교 기밀 누설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국익을 해쳐선 안 되고 냉정을 되찾고 말을 아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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