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교부 휴대폰… 靑, 또 털었다

안준용 기자
입력 2019.05.21 03:54 수정 2019.05.22 23:41

"文대통령이 트럼프 방한을 설득" 野 언급땐 사실무근이라더니 조사
現정부 들어 외교부만 15차례 뒤져

청와대가 최근 야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당국 간 정상회담 조율 과정을 언급한 것과 관련,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폰 통화 기록·내용을 확인하는 보안 조사를 대대적으로 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애초 청와대는 해당 의원 주장에 "사실무근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실제로는 '내부 정보 유출'에 무게를 두고 색출 작업을 벌인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청와대가 최근 북미국 등 미국 관련 업무를 보는 외교부 직원들에 대해 전면적 보안 조사를 실시했다"며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난 9일 기자회견이 발단이 됐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訪韓)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대화'를 소개했다.

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 '대북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며 (5월 하순 일본 방문 전) 방한을 설득했다"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한다면 일본 방문 뒤 미국에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방식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답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당일 오후 즉각 강 의원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강 의원이 주장한) 방한 형식·내용·기간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 없다"면서 "무책임할 뿐 아니라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에 강 의원은 책임져야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반박 발표 뒤 곧바로 외교부 직원들을 '정보 유출자'로 의심해 보안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청와대 반박대로 사실무근이었다면 보안 조사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민감한 사안이거나 비판 여론이 예상되는 보도가 나오면 일단 부인(否認)부터 하고 일선 부처로 유출 책임을 떠넘기는 청와대의 전형적 행태"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방한은 5월 하순 대신 6월 하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국) 정상회의 전후로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방문 후 귀국길에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로 잠시 한국에 들르는 일정이 유력하다.

청와대의 외교부 보안 조사는 현 정부 들어 15차례 이상 있었다고 한다. 2017년 말엔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차관보 등 핵심 인사 10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사생활까지 들여다봤고, 작년 말엔 서기관·사무관 등의 개인 전화기까지 걷어 가기도 했다.

'감찰'이 일상화하면서 외교관들이 업무를 보는 풍경이 바뀌었다. 외교부의 한 간부는 요즘 사무실에서 외부 인사를 만날 땐 '일대일 면담'을 피하고 매번 서기관·사무관급 직원을 배석시켜 면담 내용을 받아 적게 한다. 외부인과 식사할 때도 항상 후배들과 함께 나간다. 정보 유출자로 오해받을 경우를 대비해 '증인'을 확보하는 차원이다. 또 다른 간부는 휴대폰에 저장돼 있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지 않는다. 외교부 한 국장은 "업무용 전화는 전화를 받더라도 다 감청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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