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한국인 여자친구있어” “우와” 유엔사·북한군 직통전화 1년

이다비 기자
입력 2019.05.20 10:08
유엔사 소속 미 장교인 대니얼 맥셰인 중위가 한 북한 병사에게 자신의 여자친구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하자 북한 병사는 "우와"하며 놀라워했다. 그 북한군 병사는 자신이 아내와 두 아이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라고 했다. 또 맥셰인 중위는 북한 병사들과 미 메이저리그 로스엔젤레스(LA) 다저스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 대화는 판문점에 설치된 ‘분홍색 직통전화’를 통해서 이뤄졌다.

1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판문점 발 기사에서 유엔사와 북한군이 판문점 내 직통전화로 소통하고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판문점 남측 유엔사 일직 장교 사무실과 북측 통일각에 각각 놓인 직통전화는 지난해 7월 약 5년 만에 재개통됐다. 양측 사이 거리는 약 38m(125피트).

유엔사 소속 미 장교인 대니얼 맥셰인 중위가 한 북한 병사와 직통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2013년 북한은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며 이 직통전화를 일방적으로 단절했다. 이 기간 유엔사는 필요할 땐 메가폰을 잡고 육성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다 지난해 남·북과 미·북 간 긴장이 완화하면서 직통전화가 복원됐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를 하지 못하고 북한이 최근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했지만 이 직통전화는 계속 가동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유엔사와 북한군은 6·25전쟁 전사자 유해 미국 송환과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 작업 등과 관련해 메시지를 164여차례 직통전화로 교환했다. 유엔사는 재개통 10개월 동안 매일 하루 두 차례 오전 9시 30분과 오후 3시 30분쯤 직통전화로 북한 병사와 필요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맥셰인 중위는 일상적으로 북한 병사와 직통 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그는 "여보세요"하고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넨 후 "우리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고 영어로 물었다. 북한 측은 "노(NO·없다)"라고 답했고 맥셰인 중위도 "나도 메시지가 없다"고 했다. 이 통화는 74초간 이뤄졌다.

유엔사 측 관계자는 WSJ에 북측과 일상적으로 소통하며 이제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됐다고 설명했다. 맥셰인 중위는 "북측 카운터파트(통화 상대) 8명과 충분한 관계를 쌓아왔다"고 하면서 직통전화로 여자친구와 가족 이야기, 야구 이야기를 한 일을 전했다. 키스 조던 유엔사 상사는 유엔사와 북한군 간 언어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북한 병사가 행복한 어조로 ‘굿 모닝(좋은 아침)’이라고 인사를 건넨 일도 소개했다.

판문점 내 설치 돼 있는 유엔사와 북한군 직통전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직통전화로 소통하던 유엔사와 북한군 측은 몇차례 대면접촉을 하기도 했다. 이때 북한 병사들은 유엔사의 애플 영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을 보고 놀라워했고 유엔사 매점에서 가져온 과자 ‘도리토스’와 ‘초코파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WSJ는 전했다. 북한 병사들은 자신들의 휴일 만찬 계획을 말하거나 담배·위스키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이런 유엔사와 북한군의 교류를 두고 WJ는 "최전선 긴장이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했다.

현재 판문점 경계는 유엔사 경비대대 소속 인원 35명과 북측 인원 35명이 맡고 있다. 지난해 9·19 군사합의 이후 양측 모두 비무장 상태로 전환해 근무하고 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평양에서 맺은 9·19 군사합의는 △지상·해상·공중에서 일체 적대행위 중단 △DMZ 내 GP(감시초소) 시범 철수와 공동유해 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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