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4년전엔 "나랏빚 40% 넘어 곳간 바닥났다" 비판

이민석 기자 신수지 기자
입력 2019.05.20 01:30

당 대표 시절 朴 정부 비판하며 "이런 예산안 결코 받을 수 없다"
대통령 말대로 돈 풀면 내년 국가채무 780조, GDP 대비 40.3%
정치권 "경제정책 부작용, 세금으로 메우려다보니 입장 달라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 초반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보고에 "우리나라만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채무비율이 40% 이상으로 급격히 올라가는 한이 있더라도 재정을 대폭 확대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15년 9월 박근혜 정부의 재정 상황을 비판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마지노선인 40% 선을 넘었다"며 "새누리당 정권 8년,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고 비판했었다. 정치권에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책의 부작용을 세금으로 메우려다 보니 기존 입장도 뒤집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 前 정부 빚 증가는 비판하더니

2015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속기록을 보면 문 대통령은 모두(冒頭) 발언에서 박근혜 정부의 '2016년 예산안'을 언급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GDP 대비 40% 선을 넘었다"며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가 깨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재정 건전성 회복 방안이 없는 이 예산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시 문 대통령이 비판했던 상황은 이번 정부 들어 재연되고 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국채 발행까지 반영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에 이른다. 현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인해 내년 예산안이 5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국가채무가 780조원을 넘고, 국가채무비율은 40.3%까지 올라가게 된다. 2022년에는 채무비율이 41.6%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전 정부의 채무 수준을 훌쩍 넘기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 "1997년 외환 위기 속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2002년에는 관리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시켜 노무현 정부에 넘겨줬다"며 박근혜 정부의 재정 상태와 비교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모든 수입과 지출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노무현 정부도 흑자 재정을 만들어 이명박 정부에 넘겼다. 이때만 해도 나라 곳간에는 쓰고 남은 세금이 16조5000억원이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재정전략회의에서는 기재부가 '관리재정수지를 -3%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하자 재차 '재정 확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기조와 다른 발언엔 '경고성' 메시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홍남기 부총리뿐만 아니라 구윤철 기재부 2차관도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중장기 재정건전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정부 소식통은 "기재부는 고령화나 통일 이슈 등 미래의 재정 수요를 감안해 채무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겨서는 위험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국가채무비율 평균이 100% 수준인 OECD 국가와 비교하면서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기재부가 청와대와 여권의 국정 운영 기조와 다른 발언을 하자 일종의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관료들이 정부 정책에 능동적으로 임하지 않고 있다는 청와대와 여권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날 회의에선 예산 증가율을 두고도 홍 부총리와 여권 인사들 간 이견(異見)이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목희 일자리부위원장은 '두 자릿수 예산 증가'를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의 재정 확장 정책에 힘을 실었던 반면 홍 부총리는 '한 자릿수'를 이야기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A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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