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은 식량보다 담배·과일 더 수입, 靑은 '식량 위기 北에 지원'

입력 2019.05.18 03:10
북한 식량난이 정말 심각한 것인지 의심하게 하는 소식들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 국제무역센터(ITC)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북이 중국에서 수입한 밀가루 등 식량이 담배나 과일보다 더 적었다고 한다. 밀가루 수입은 1644만달러였지만 담배는 1765만달러, 과일·견과류는 2600만달러나 됐다. 쌀 등 곡물은 180만달러에 그쳤다. 밀가루 수입은 작년 1분기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반면 담배·과일 등 기호 식품 수입은 해마다 늘었다. 정말 굶을 지경이 된 사람이라면 식량보다 담배나 과일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겠나. 요즘 북 장마당 쌀값은 작년 말보다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해외 북 전문가들도 식량난에 대해 유보적인 판단을 내놓고 있다. 세계은행 전 고문은 "북 무역 통계와 시장 가격 등을 감안할 때 아직 식량난으로 볼 만한 조짐은 없다"며 "현재 식량 부족은 가뭄으로 인한 봄철 작물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연례적으로 식량 지원을 요청해온 북한이 유독 이번엔 대북 제재를 식량난의 원인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상하다. 미 국무부 전 북한인권특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북이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주민 고통이 (외부 세계에) 부각되기를 원할 수 있다'고 했다. 제재를 흔들려고 식량 문제를 과장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식량 지원의 근거로 삼는 것은 세계식량계획(WFP)이 밝힌 136만t 부족 추정이 사실상 전부다. 그러나 WFP가 얼마나 북측 사정의 진실을 확인했는지 의문이다. 북이 보여준 것만 보고 왔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WFP가 추산한 올해 북 곡물 생산량은 490만t이다. '고난의 행군' 시기의 북 생산량은 350만t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북에서 대량 기아 사태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전혀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런 소식에 아예 귀를 닫고 있다. 대북 지원으로 남북 이벤트를 다시 열어보려는 생각뿐이다.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날 "대북 식량 지원 원칙을 이미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까지 열어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또는 직접 지원 등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식량 지원과 별도로 인도적 지원에도 800만달러를 쓴다고 한다. 북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데 식량을 준다면 이것이 북에 어떤 신호가 되겠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지금은 북측 식량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북 제재 상황에서 식량 지원이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필 때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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