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중국 어선으로 꽃게 씨가 말랐는데, 단속 어선 댈 ‘신항’은 언제…

연평도= 곽승한 기자
입력 2019.05.19 06:54 수정 2019.05.19 14:56
‘평화의 등대’ 밝힌 연평도의 신음

2010년 11월 23일 일어난 연평도 포격 도발의 흔적은 8년6개월이 지난 지금도 연평도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포탄이 떨어져 움푹 파인 도로와 갈라져 있는 담벼락 곳곳마다 푯말을 세워 그날의 상흔을 기억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연 고 서정우 해병대 하사의 모표였다. 휴가를 기다리던 당시 서정우 병장은 북한 공격 소식을 듣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포탄에 맞아 숨졌다. 이때 그가 숨진 곳 가까이에 있던 소나무에 해병대 모표가 그대로 박혔다. 소나무에 박힌 그의 모표는 현재 동그란 유리 덮개로 보존되어 있다.

도로와 마을, 그리고 주민들의 기억 속에 포격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연평도에 정부는 지난 5월 17일 ‘평화의 등대’를 점등했다. 연평도 내 등대공원에는 45년째 켜지지 않고 있는 등대가 있다.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위령탑과 제 1차, 제 2차 연평해전에서 희생된 전사자들을 위한 조형추모비가 있는 곳에서 도보로 2분 거리다. 이 등대는 1960년 3월 당시 조기잡이 배들의 길을 비추는 역할을 했지만 불빛이 북한 간첩의 해상 침투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1974년 1월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서해 5도에 평화수역이 조성되었다며 연평도 등대의 불을 밝히기로 결정했다. 5월 17일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하는 점등식 행사도 열렸다. 정부가 등대 점등의 이유로 든 것은 향후 남북 간의 해상 교류가 활발해지면 이 등대가 선박들의 운항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지난 4월 1일 일출부터 일몰까지던 연평도 등의 출어 시간을 일출·일몰 전후로 각각 1시간씩 늘려줬는데, 이로 인해 야간 조업을 하는 어선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등대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지난 5월 14일 연평도 앞바다에서 연안 자망 어선 대신호의 선원들이 꽃게잡이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다. 13시간의 조업 끝에 건진 꽃게는 55㎏이 전부였다.
포격 상흔 위에 불 밝히는 ‘평화의 등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3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며 남북 관계가 ‘평화’로 나아가는 것 같았지만, 지난 5월 4일과 9일 북한이 잇따라 ‘발사체’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다시 경색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만 나홀로 ‘평화’를 바라보며 군사요충지인 연평도 해역에 등대를 밝히는 것은 섣부르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연평도의 조업시간 연장 또한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16년 9월에도 당시 해양수산부는 연평도 일대의 조업시간을 일출 전 30분, 일몰 후 1시간씩 연장했다. 일몰 후 똑같이 1시간을 늘려줬던 당시에도 야간 조업은 별 문제없이 진행됐는데, 이제야 ‘등대 점등’의 이유가 되는 것이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이는 연평도 주민도 있다. 연평도에서 어업을 하고 있는 곽용근 선장은 "요즘 대부분 배들은 새벽 5시쯤 나가서 오후 5시쯤 해 떨어지기 전에 돌아온다. 작업량도 예전 같지 않아 야간작업을 할 일 자체가 없는데, 그 시간에 등대를 켜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출 전 역시 배로 조금 나가다 보면 금방 해가 떠서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난 5월 14일 직접 연평도 등대공원을 찾아가봤다. 삼층탑 형태의 등대는 최근 페인트칠이 다시 된 듯 하얀색으로 깨끗이 도색되어 있었다. 등대 맨 꼭대기의 등명기는 흰 천으로 감싸져 있었다. 최근 최신형 등명기로 교체된 이 등대는 최대 20마일(약 32㎞)까지 비출 수 있다고 한다. 명칭은 ‘등대공원’이었지만 농구장 정도 크기의 공터에 정자 하나와 등대가 전부였다. 등대공원 안내 표지판에는 "…1974년 7월 국가안보의 목적으로 일시 소등하게 되었고, 1987년 4월 등대로서의 용도…가 폐지되면서 현재의 빛도 소리도 없이 침묵으로 흥청거리던 지난 과거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등대가 아니라 신항이 절실"

‘과거를 기억하던’ 등대가 다시 불을 밝혔지만 정작 연평도 주민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연평도 주민들이 등대에 불을 밝히는 것보다 훨씬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연평도 신항 건설’ 추진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포격 이후 연평도를 국가관리연안항으로 지정했다. 국가 안보와 해양 주권 확립을 위해 더 넓고 큰 항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연평도 신항 건설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연평도 포격 당시 2000여명의 연평도 주민들은 당섬선착장에서 400여명 정원의 여객선을 타고 3~4일에 걸쳐 대피해야 했다. 대연평도의 항구는 수심이 낮아 큰 배가 들어서기 어려운 환경이다. 지난 4월 18일에는 연평도에 입항 중이던 573t급 여객선의 바닥 밑부분이 펄에 걸려 바다 위에서 30여분간 그대로 멈춰버린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연평도 항구의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당시 이명박 정부와 군(軍) 당국은 5000t급 배가 정박할 수 있는 신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연평도 신항 건설을 위해서는 약 370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연평도 신항 건설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5월 8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해 7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신항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신청했지만 기재부는 이를 보류했다. 국방 시설에 해당하는 해군 시설 사업비가 전체 사업비의 30%에 불과하고, 해경부두도 평화수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남북교류사업’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예타조사 운용지침에서는 ‘국방관련사업 및 남북교류사업’을 예타 면제 요건 중 하나로 두고 있다.

지난해 이뤄진 9·19 남북군사합의에서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나가기로 했다"며 ‘서해 해상의 평화수역 조성’을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해수부가 두 번째로 신청한 연평도 신항 관련 예타조사 면제 신청도 이 합의를 기점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재부는 해수부의 2차 예타조사 면제 신청 역시 보류한다고 통보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로도 연평도에 신항을 짓는 사업이 ‘국방관련사업’ 또는 ‘남북교류사업’ 중 어느 것 하나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연평도 부둣가 풍경. 민간 어선과 행정지도선 등이 뒤섞여 정박해 있다.
신항 없으면 중국 어선 단속 방탄정도 무용지물

현재 연평도 주민들은 신항 건설이 중국 불법 어선 단속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바라보고 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NLL 인근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한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58척이었다. 이는 지난해 5월 평균 22척이었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1~2월 하루 10척 수준이던 불법 중국 어선은 꽃게 조업기인 5월 들어 88척까지 늘었다고 한다.

지난 5월 14일 실제 연평도 망향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연평도 북쪽 바다를 보니 붉은색 오성기를 펄럭거리는 10여척의 중국 어선들을 볼 수 있었다. 망원경 속 중국 어선의 선원들은 갑판에 걸터앉아 허공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은 낮 시간 동안 NLL 위쪽 바다 한가운데에 정박을 하면서 밤이 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밤이 되면 해경의 단속을 피해 ‘쌍끌이’ 방식으로 꽃게를 비롯해 조개, 젖새우 등 해양 생태계의 하위 생물까지 싹 쓸어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평 어장의 생태계가 무너져 예전의 ‘황금어장’은 사라지고 있다고 연평도 어민들은 입을 모았다. 박태원 전 연평도 어촌계장은 "아무리 북한 해역이라고 해도 낮에는 배에서 하루 종일 자고, 밤에는 몰래 NLL 밑 우리 해역으로 내려와 조업을 해가는 이 상황이 말이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난 4월 30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소속 서해5도 특별경비단(서특단)은 중국 불법 어선 단속을 위한 55t 규모의 신형 방탄정을 건조 중이라고 밝혔다. 50억원을 들인 사업으로, 계획대로라면 올해 11월 서해 5도에 배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대연평항의 규모로는 이 신형 방탄정 역시 접안하기가 어렵다. 현재의 연평도 항구는 수심이 낮을 뿐더러 민간 어선들이 보안 부두에 정박하고 있을 정도로 ‘포화 상태’에 이렀다. 현재 연평도 내에 접안하고 있는 선박은 어선 63척과 옹진군 조업지도선을 비롯해 총 74척에 이른다. 여기에 접안 자체가 불가능해 바다에 떠 있는 선박도 국가지도선 1척, 해경정 1척으로 총 2척이다. 이런 상태에서 단속선만 더 큰 걸 들여온다고 해도 제대로 운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주민들이나 해경 측의 말이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신항 건설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잇따른 예타조사 면제 철회로 신항 건설은 난항을 겪고 있다.

조현근 서해 5도 평화수역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주차장으로 비유하면 지금 연평도는 차 댈 데가 없는 곳인데, 정부는 주차공간 마련해줄 생각은 안 하고 자동차만 준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어선들이 끊임없이 들어와 연평어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와중에 해양 주권 확립과 연평도의 안보를 위해 가장 필수적인 일은 외면하면서 ‘평화의 등대’를 점등한다는 건 그저 ‘이벤트’에 지나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또 "MB정부 때는 연평도를 국가관리연안항으로 지정하고, 박근혜 정부 때는 서특단을 창설했다"며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해 기본적인 건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기자는 "꽃게철에도 꽃게 씨가 말랐다"는 어민들의 불평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월 14일 꽃게잡이 배를 타봤다. 9.77t 연안 자망 어선 ‘대신호’에 올라타고 13시간 동안 조업에 동행했다. 이날 꽃게잡이 선원들의 출근시간은 오전 4시30분. 선원들은 연평도 바다 앞에 있는 해경 통제소에 모여 서류를 작성하고 당섬선착장에서 배에 올랐다. 이날 대신호 작업 인원은 선원 5명과 선장 1명. 고무장화와 바다 작업복을 입은 선원들은 출항 전 믹스커피에 담배를 피우며 수다를 떨었다. 새벽 5시 대신호가 시동을 걸고 바다로 나갔다. 배는 20여분을 달려 소연평도 앞바다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조금씩 머리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작업은 꽃게잡이 그물 내리기-광어잡이 그물 걷어올리기-이틀 전 쳐둔 꽃게 그물 걷어올리기 순서였다. 꽃게 그물 내리는 작업은 부표에 밧줄을 묶어 바다에 던지고 그 밧줄에 그물망을 엮어 내려보내는 과정이었다. 선원들이 2~3명씩 양쪽에 서서 손으로 밧줄에 그물을 엮어 바다에 내리면 선장은 배를 조금씩 이동시켜 위치를 다잡는다. 그렇게 그물망 한 개를 내리면 배로 조금 달려서 위치를 이동해 또 그물망을 내렸다. 대신호의 이날 첫 작업은 꽃게 그물망 6개를 내리는 일이었다. 500m 길이의 그물망 하나를 바다에 내리는 데 50여분의 시간이 걸렸다.
연평도 망향전망대 인근에서 촬영한 중국 어선들의 모습. 망원경으로 보면 펄럭이는 붉은 오성기까지 식별이 가능하다. 낮 시간에 NLL 북쪽에서 머물던 중국 어선들은 새벽 시간을 틈타 남쪽으로 내려와 불법 어업을 한다.
"꽃게 대신 광어라도 잡자"

5시간 걸린 그물치기 작업은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선원들은 5시간 동안 부표와 밧줄과 그물을 붙잡고 씨름했지만 잠시도 쉬지 않았다. 팩에 든 망고주스를 마시며 담배 한 대를 피우고는 바로 광어 그물 걷기에 나섰다. 지루한 반복작업의 연속이었던 그물치기 다음에는 그래도 물고기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대신호가 연평어장에서 광어를 잡아 올린 건 이날이 처음이라고 한다. 선원들 역시 "연평도에서 광어를 잡아 보는 게 처음"이라고 했다. 꽃게가 너무 안 잡히니 고육지책으로 ‘광어라도’ 잡자고 나선 것이라고 한다.

그물을 걷어올리자 광어가 한두 마리씩 바다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전 내내 말 한마디 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물만 내리던 선원들의 표정이 광어를 보며 조금씩 밝아졌다. 선원들은 물 밑에서 잡혀 올라오는 광어를 볼 때마다 "왔어~ 왔어~"라며 흥겨운 추임새를 넣었다. "우리 영감(선주) 오늘 노나겠네"라며 농담도 주고받았다. 배에 탄 지 6시간 만에 보는 선원들의 미소였다. 바다 햇빛에 까맣게 그을린 선원들의 얼굴에서 하얀 이가 돋보였다. 그물에 걸려 올라온 광어를 선원 한 명이 어항에 담았다. 나머지 4명은 계속해서 그물의 밧줄을 잡아당겼다. 선장은 선원들과 사인을 주고받으며 그물을 유연하게 끌어올릴 수 있도록 배를 이동시켰다. 광어는 50~60㎝에서 1m에 육박하는 대형 광어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잡혀 올라온 광어들이 갑판 위에서 팔딱거리며 여기저기로 미끄러졌다. 이날 그물 3망을 끌어올려 건진 광어는 총 59마리, 약 200㎏ 정도가 잡혔다. 광어는 1㎏당 1만원대에 거래된다고 한다.

"나라 경제랑 바다 경제랑 똑같아"
지난 5월 13일 촬영한 연평도 등대공원 내 등대 모습. 지난 5월 17일 정부는 이 등대를 45년 만에 다시 점등했다.
광어 작업이 끝난 12시가 되어서야 선원들은 배 위에서의 첫 끼니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점심 준비하시냐"고 묻자 "아침인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낮 12시에 먹는 ‘아침’ 메뉴는 조금 전 잡은 광어회 한 마리와 잡어구이, 어묵탕, 멸치젓, 오이소박이 등이었다. 선원들은 넘실대는 갑판 바닥을 식탁 삼아 밥을 먹었다. 배에 탄 지 7시간 만에 첫 끼를 먹는 선원들은 그릇 가득 담긴 고봉밥을 10분도 안 되어 해치웠다. 허겁지겁 밥을 밀어넣고 있는 선원들에게 요즘 어획량이 어떠냐고 물었다. 60대 선원 한 명이 "나라 경제랑 바다 경제랑 똑같이 돌아가요. 신기하게도 그렇다니까요. 요즘 꽃게가 완전 씨가 말랐어요"라고 답했다.

식사 후 배는 며칠 전 그물을 쳐놨던 곳으로 바로 이동해 꽃게를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500m 길이의 그물은 한 번 걷어올리는 데 역시 50분에서 1시간 가까이 걸렸다. 부표에 매달려 있는 밧줄을 긴 갈고리로 바다에서 건져내 끌어당기면 그물이 올라온다. 그러면 선원들이 달라붙어 올라오는 그물에 걸린 꽃게를 손으로 하나하나 뜯어낸다. 게들은 소게, 중게, 대게로 각각 나뉘어 상자에 담긴다. 간혹 함께 딸려 올라오는 주꾸미나 까나리, 조기는 배 위를 날고 있는 갈매기에게 던져준다. 어선에서 던져주는 생선 한 마리에 갈매기들의 비행 경쟁이 치열했다.

대신호에는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선실이 없다. 배 안에 ‘천장’이 있는 곳은 선장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이의 조타실과 가스레인지가 있는 반 평쯤 되는 ‘부엌’이 전부다. 선원들은 단 5분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그물을 던지고 걷었다. 오후 5시 반, 잡은 꽃게와 광어를 시장으로 옮겨가는 이적선에 이적 작업을 마친 뒤에야 선원들의 하루 일과가 끝났다. 일 년을 매일 바다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한번 바다에 나오면 선원들은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요즘 같은 조업철에는 주말도 휴일도 없이 매일 바다에 나와 조업을 이어간다. 선원들의 급여 또한 ‘성과제’여서 어획량이 많을수록 급여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나라 경제처럼 꽃게도 씨가 말라간다"는 선원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이날 지켜본 연평 바다의 꽃게 수확량은 ‘꽃게철’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5시간 동안 그물 6망을 걷어 올려 잡은 꽃게는 55㎏이 전부였다. 검은색 플라스틱 상자 한 개를 채우고 다른 상자 하나에 20여마리 정도 담긴 양이었다. 그물을 걷어올리는 중에도 꽃게는 ‘겨우겨우’ 한두 마리씩 걸려 올라오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잡힌 꽃게는 1㎏당 3만~4만원대에 거래된다. 꽃게 중 일부는 냉동해뒀다가 꽃게가 잡히지 않는 여름이나 겨울에 시장에 푼다고 한다.

대신호의 선장 차재근씨의 어업 경력은 30년, 이 중 20년을 연평도에서 일했다. 차 선장은 "올해 꽃게 수확량은 작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예전에 한창 잘 잡힐 때는 그물 한 망 걷으면 꽃게가 150㎏씩 걷혔다. 그때는 그물 한 망을 끌어올리면 꽃게가 촘촘히 걸려 있었다. 무거워서 그물을 못 당길 정도였다"고 말했다. 꽃게가 줄어든 이유를 묻자 차 선장은 "중국 어선들 탓이 크다. 중국 배들은 새벽에 NLL(북방한계선) 밑으로 몰래 내려와 우리처럼 미리 쳐둔 그물을 걷어가는 게 아니라 ‘끌어가는’ 방식으로 꽃게를 잡아간다. 더 문제는 꽃게들이 산란하는 산란기에도 싹 다 잡아가버린다는 것이다. 산란기에는 꽃게들이 알을 낳을 수 있게 둬야 하는데, 그것마저 잡아가버리니 진짜 씨가 말라가는 지경이다"라고 했다. 연평도 어민들은 "요즘 중국 어선들은 고속엔진까지 달고 NLL 밑으로 쏜살같이 왔다가 올라가버려 단속도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 5월 7일에는 중국 어선 한 척이 연평도와 강화군 볼음도 사이에 있는 우도 앞까지 내려와 불법 어업을 하다 해경에 의해 나포되기도 했다. 우도는 NLL에서 남쪽으로 9㎞ 밑에 있는 섬으로 군부대만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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