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캐던 與, 총선 프레임은 돌연 '미래로'

정우상 기자
입력 2019.05.16 03:07

文대통령과 측근 양정철, 연일 "낡은 패러다임과 결별" 언급
전문가들 '우린 미래, 한국당은 과거라는 총선구도 짜려는 것'

문재인 대통령과 핵심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고 있다"(문 대통령) "내년 총선은 과거 정당과 미래 정당에 대한 선택"(양 원장)이라며 '미래'를 강조하고 나섰다. 당·청(黨靑)이 한목소리로 여권은 '미래', 자유한국당은 '과거'로 몰아가는 선거 구도를 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취임 3년을 맞는 첫 청와대 회의에서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촛불 이전과 이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려야 한다"며 야당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문 정부는)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과 결별하고, 새로운 사람 중심 경제로 바꿔왔다"며 이전 정부의 정책을 '추격형 경제, 특권 경제'로 규정했다.

양정철 “다음 총선은 과거 對 미래” -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당 조끼를 입고 있다. 양 원장은 최근 “다음 총선은 과거로 가는 정당이냐 미래로 가는 정당이냐에 대한 선택일 것”이라고 했다. /이덕훈 기자

내년 총선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회의 공전(空轉) 사태의 원인을 '과거형 야당' 때문이라 지목한 것이다. 또 촛불로 태어난 '미래 지향형 청와대'와 대비시키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야권을 '낡은 과거' '이념 경도'로 규정한 것도 여권의 내년 총선 구도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검경과 국정원 개혁, 소득 주도 성장, 대북 정책 등 핵심 정책이 사장(死藏)되지 않으려면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안정적 다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지난 14일 "다음 총선은 싸우는 정당이냐 일하는 정당이냐, 과거로 가는 정당이냐 미래로 가는 정당이냐, 이념에 사로잡힌 정당이냐 실용을 추구하는 정당이냐에 대한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취지에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덧붙인 것이다.

여권은 소득 주도 성장 등 경제정책은 보수 정부의 재벌과 성장 중심의 경제와 달리 중소기업과 벤처 중심 정책이고, 포용적 국가 비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보 정책에서도 이전 정부가 남북 대결 구도에 기반을 둔 것인 데 반해 여권은 남북의 평화와 교류를 추진하는 '미래형'이라고 얘기한다. 여권 관계자는 "양 정당의 주력(主力) 세대를 봐도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 확연히 드러난다"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주류(主流) 교체론'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이 자신들을 '미래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객관적 기준이 아니라 '주관적 희망 사항'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오히려 실업률 증가와 자영업 붕괴, 소득 분배 악화, 성장률 하락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게다가 현 정부는 출범 이후 3년째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검찰과 경찰, 정부 기관 등을 앞세워 '과거 캐기'에 몰두하고 있다. 과거사 청산은 지난 정부를 넘어 5·18과 6·25, 해방 직후 사건, 일제강점기에 이어 동학혁명 등 구한말까지 무한 확장되고 있다. 말로는 미래를 외치면서 실제 정책과 정치 행태는 '과거'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적잖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의 '과거 vs 미래' 구도는 총선용 프레임 짜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여권이 '과거 대 미래' 구도를 내세울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과거형 정치 행태에 머물며 정책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유권자에게 잘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A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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