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협상 초안은 난징조약 같은 불평등조약", 합의문 45쪽 일방 삭제하고 美에 되돌려 보내

뉴욕=오윤희 특파원 도쿄=최은경 특파원
입력 2019.05.16 03:01

미중 협상 결렬 막전막후

세계경제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미·중 무역 전쟁은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지난 9~10일 이틀간의 마지막 협상에서 타결의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노 딜(No Deal)'에다, 양국이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확전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각) "합의가 거의 다 됐는데, 그들이 깼다. 그들이 정말로 그랬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급반전했을까.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미국과 중국이 막판에 합의를 못 한 것은 중국 측이 합의문의 약 30%에 달하는 분량을 삭제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양국이 5개월간에 걸친 협상을 통해 작성한 150쪽에 달하는 합의 문안 초안을 105쪽 분량으로 축소해 미국 측으로 돌려보냈다.

삭제된 45쪽에 담긴 내용은 대부분 중국의 구조 개혁 실행을 담보할 법적 구속력에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합의안에 법적 구속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는 이 합의안을 "내정 간섭을 법률로 명문화하도록 만드는 불평등 조약"이라고 간주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 공산당 강경파들은 이 합의문 초안을 아편전쟁 후 청나라가 영국과 맺은 난징조약, 청일전쟁 패전 이후 맺은 시모노세키조약 등 대표적인 불평등 조약과 동일 선상에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전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미국에 돌려보낸 합의문엔 불평등하다고 판단한 모든 부분이 삭제되거나 수정됐다.

로이터는 "중국 측이 보낸 합의 문안이 5월 3일 밤 워싱턴에 도착했고, 트럼프는 5일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9일 협상을 위해 워싱턴에 도착한 중국 측 대표 류허 부총리는 시 주석의 '특사'라는 공식 직함이 빠졌다. 자율권이 그만큼 줄어든 것을 의미했다.

양국의 무역 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중국과 무역 합의가 근접해 있지 않고 엄청난 간극이 있기 때문에 연말 전에 싸움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CNN 비즈니스는 "양국의 거대한 경제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무역 전쟁 확전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기자들에게 "중국과 약간 티격태격하고 있지만 우리(미국)는 아주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 우리는 (중국에)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스티븐 므누신 장관의 방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곧 어느 시점에' 중국에서의 협상을 계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방중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A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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