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 기자의 고색창연] 황금빛 금관 주인… 요절한 어린 왕자?

허윤희 기자
입력 2019.05.16 03:01

94년 만에 재발굴하는 금령총, 경주박물관서 금관 특별 공개

어린아이 머리 크기의 신라 금관(金冠)이 위풍당당 황금빛 광채를 뿜어낸다. 지름 15㎝, 높이 27㎝. 나뭇가지 장식과 사슴뿔 장식을 머리띠에 부착했고, 201개의 달개 장식을 매달았다. 보물 제338호 금령총(金鈴塚) 금관〈사진〉이다.

금령총은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 조선총독부박물관이 발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단 22일 만의 조사로 기차 한 량을 채울 만큼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금관을 비롯해 금허리띠, 팔찌 등 각종 장신구, 기마인물형 토기(국보 제91호), 유리 용기, 칠기류, 마구…. 푸른색 유리옥이 박힌 금방울이 함께 출토돼 무덤 이름을 금령총이라 붙였다.

이 화려한 무덤의 주인공은 누굴까. 힌트가 금관에 있다. 금령총 금관은 지금까지 출토된 신라 금관 5점 중 가장 작다. 천마총 금관 지름이 20㎝, 서봉총과 금관총 금관의 지름이 각각 18.4㎝, 19㎝인 것과 비교된다. 다른 금관에 달린 비취색 곡옥(曲玉) 장식도 없다. 전문가들은 금관이 어린아이 머리에 들어갈 만큼 작고, 생명을 상징하는 곡옥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결혼을 안 하고 10대에 숨진 왕자의 무덤으로 추정한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금허리띠 등 유물의 크기가 모두 작고, 기마인물형 토기 2점 중 주인의 얼굴이 콧날 오똑한 미소년이라는 점도 어린 왕자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금령총 금관은 신라 금관 중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많이 비행기를 탄 금관이기도 하다. 197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한국 미술 오천년(五千年)'전에 출품돼 무려 2년 2개월간 미국 7개 도시를 순회했다. 2008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국 페스티벌, 2013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한국 문화재 전시에도 '대표 선수'로 나가 신라 황금 문화의 정수를 뽐내고 왔다.

지금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금령총 금관과 금허리띠를 볼 수 있다. 일제가 수습한 지 94년 만에 재개한 금령총 재발굴 조사를 계기로 다음 달 30일까지 공개한다. 박물관은 "1924년 조사는 유물 수습을 목적으로 짧은 기간 발굴했기 때문에 무덤의 전체 구조와 축조 방법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지난해 9월 재발굴을 시작했다. 무덤 주인공을 밝힐 결정적 단서가 나올지 기대를 모은다.


조선일보 A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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