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보게 될까, '유리 지붕' 노트르담

채민기 기자
입력 2019.05.16 03:01

노트르담 대성당

폐허에서 희망의 싹이 튼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건축가·디자이너들이 재건(再建)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온 제안들은 현대의 소재와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당이 어떤 모습으로 부활할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재건 작업의 방향을 가늠할 단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재건을 위한 국제 공모전을 열겠다고 밝힌 이후 이런 목소리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필리프 총리는 "첨탑을 그대로 복원할지 아니면 새롭게 만들지 질문을 던지는 공모전이 될 것"이라며 성당 일부가 오늘날의 감각으로 새롭게 디자인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늘의 소재, 오늘의 기술로 재건

새 지붕과 첨탑 소재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유리다. 일본 도쿄 긴자 '아르마니 타워'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건축가 듀오 도리아나·마시밀리아노 푹사스는 크리스털처럼 투명한 소재로 지붕과 첨탑을 만들고 내부 조명으로 빛을 비추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붕과 첨탑 전체가 '희망의 등불'이 되는 아이디어다.

벨기에의 3D 그래픽 회사 ‘Miysis Studio 3D’에서 공개한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 상상도. 첨탑은 화재 이전 모습으로 복원하고 유리 지붕은 예전 실루엣을 따라 만든다는 아이디어다. 지붕 아래는 전망대를 겸한 정원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벨기에의 3D 그래픽 회사 ‘Miysis Studio 3D’에서 공개한 노트르담 대성당의 재건 상상도. 첨탑은 화재 이전 모습으로 복원하고 유리 지붕은 예전 실루엣을 따라 만든다는 아이디어다. 지붕 아래는 전망대를 겸한 정원이다. /Miysis Studio 3D
돔형 천장과 바깥 지붕 사이의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화재 전에는 지붕을 떠받치는 통나무 구조물이 가득하고 사람의 발길은 거의 닿지 않았던 곳이다. 프랑스 디자인 회사 'Studio NAB'은 지붕 아래에 온실이, 온실에서 계단으로 이어지는 첨탑에는 층층이 벌통이 설치된 모습의 조감도를 공개했다. 부지런히 윙윙거리는 벌들은 성당 건설에 헌신했던 이들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벨기에의 3D 그래픽 회사 'Miysis Studio 3D'는 첨탑을 화재 전의 모습으로 복원하되 새 지붕은 유리로 만들고 지붕 아래엔 정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네덜란드 3D프린터 회사 'CONCR3DE'는 훼손된 석재와 재 등을 원료로 성당 외벽의 괴물 석상을 3D 출력해 재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옛 소재와 새 기술을 결합하자는 생각. 비슷한 소재로 출력한 석상 복제품도 공개했다. 이 외에도 화염을 형상화한 첨탑, 지붕에서 밤하늘에 광선을 쏘아 올리는 빛의 탑, 스테인드글라스 지붕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복원 방식 둘러싼 공감대 필요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인터넷 댓글 중에는 '실없는 포토숍 연습' '모더니스트들의 난센스' 같은 것들도 있다. 화재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30여년 전 루브르박물관에 유리 피라미드를 세우는 설계안이 공개됐을 때 격렬한 반대가 일었던 모습과도 비슷하다. 유리 피라미드는 오늘날 루브르의 상징이 됐다.

성당 지붕 아래에 온실을, 첨탑에 벌통을 설치한 ‘Studio NAB’의 아이디어. /Studio NAB

전문가들도 '복원'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800년 이상 쇠락과 재건을 거듭해왔다. 성당의 상징과도 같았던 첨탑도 19세기에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가 만든 것이다. 어느 시점을 '원형'으로 볼 것인지부터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영국의 세계적 건축가 노먼 포스터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다른 여러 중세 성당의 지붕도 소실됐을 때마다 당대의 기술로 재건했다. 옛 모습을 복제하지 않았다"며 "노트르담 역시 (지붕 아래) 통나무 구조물을 현대적이고, 불에 강하며, 가벼운 소재로 대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적 중대 프로젝트를 앞두고 건축가와 일반인들이 활발한 논의를 벌이는 모습이 우리의 건축 현실과 대조를 이룬다는 의견도 있다. 건축가 김인철(아르키움 대표)씨는 "최근 강원도 고성군 등이 산불 피해를 입어서 건축물 복구나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건축가들이 아이디어를 먼저 제시하지도 않고, 건축가들에게 아이디어를 요구하지도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선진국처럼 건축가들이 나서서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를 이끄는 문화가 아쉽다"고 했다.


조선일보 A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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