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유령직원 두고 수십억 횡령… 1兆 버스 지원금 줄줄 샌다

최원우 기자
입력 2019.05.16 01:45 수정 2019.05.16 02:13

세금으로 적자 메우는 버스 준공영제, 곳곳서 방만 경영

지난달 대전의 한 버스 회사에서 75, 82세 직원이 4년 동안 출근 한 번 하지 않고 5000만원, 1억원을 월급으로 받은 것이 적발됐다. 이 두 명의 '유령 직원'은 회사 상무와 사업부장의 어머니였다. 이 회사는 준(準)공영제 업체라 대전시에서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시 예산이 이런 사람들 인건비로 새어 나간 것이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별다른 조치 없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계약이 종료되면 교체를 권한다"고만 했다.

지난 2월 부산의 한 준공영제 업체에서도 사장이 친·인척들을 유령 직원으로 두고 이들의 임금을 챙기는 수법으로 회삿돈 3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4년 전 수원에서는 준공영제 버스 회사 2곳을 운영하며 회계장부를 조작해 수원시에서 지원금 10억여원을 받아낸 회사 대표가 형사 처벌을 받았다.

15일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파업을 예고했던 서울 버스는 막판 노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정상적으로 운행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버스 노조를 달래기 위해 준공영제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 세금이 새나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 업체의 운송 수입을 관리하면서 적자가 나면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적자가 나도 지자체가 떠안는 식이라 방만 경영을 하거나, 횡령·배임 등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버스 회사 42곳 '친·인척 낙하산'

2004년부터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의 버스 업체 65곳 가운데 42곳은 사장의 친·인척이 임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서울 버스 기사는 평균 월급이 390만원으로 전국 버스 기사 중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서울시 지원을 받아서 인건비를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고, 친·인척을 '낙하산 직원'으로 채용한 것이다. 무려 5개 버스 회사에 대표로 이름을 올려놓고 8억원의 연봉을 챙긴 버스업자도 있다. 서울 교통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는 "서울시가 버스 업체에 매년 2000억~3000억원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버스조합 편의를 과도하게 보장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이어지자 지난 3월 '준공영제 제도 개선안'까지 내놨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임원 연봉 상한선을 두지 않고 고액을 지급하는 것을 막았다. 준공영제는 매년 인건비와 업체에 운영 대가로 주는 이익분 등을 조정하는데, 이 과정이 불투명해 인건비나 회사 이익분을 부풀려서 책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지자체 지원금 1조원

현재 준공영제는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인천·제주 등 7개 광역자치단체와 경기 등 일부 광역버스 노선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 해당 지자체들이 버스 회사에 지원한 예산은 총 1조930억원에 달한다. 지원하는 예산 규모는 매년 늘어나는 실정이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각 지자체에서 업체들에 지원한 재정 규모(2016년 기준)는 도입 당시보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70%까지 불어났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2004년 준공영제를 도입한 당시엔 재정 지원 규모가 820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5400억원으로 6배 넘게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에는 과거에 지원 못 한 적자를 한꺼번에 지급하면서 액수가 늘었다"면서 "실제 작년 버스 운영에 대한 지원액은 2800억원 정도"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지원 규모가 늘어나는 건 버스 운송 수입은 크게 늘지 않는데, 인건비는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의 버스 요금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동결된 상태지만, 버스 회사 인건비는 매년 평균 4% 수준으로 꾸준히 올랐다. 한 교통 전문가는 "준공영제를 확대하더라도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충분한 제도적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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