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이 세계 위험하게 만든다" 對 "美와 끝까지 싸운다"

입력 2019.05.16 03:19
올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는 미·중 패권 경쟁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들을 포함한 미측 참석자들은 작심한 듯 중국에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중국은 세계를 더 위험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며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수렴 이론'은 틀렸다. 그들은 철저하게 억압적인 정부가 돼 가고 있다"고 했다.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도 "중국이 다른 국가와 적대적으로 경합하며 부상한다면 번영도 더뎌지고 교역 속도도 느려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 참석자들은 "미측이 전문적인 분석 없이 일방적으로 중국을 때린다" "미국이 중국을 욕하면서 오히려 중국을 닮아간다"고 반박했다.

지금 세계 1·2위 대국인 미·중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올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3250억달러어치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5~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끝까지 싸운다"고 했다.

양국 간 타협안이 나와도 미봉책일 가능성이 크다. 양국의 충돌이 단순히 무역 불균형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양국의 전선은 첨단 기술, 금융, 군사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에 대해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고, 중국은 유도미사일 장착 구축함의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미국에 도전하기 위해 '해양 굴기'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중 충돌로 기존 국제 정치·경제 질서가 해체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나라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 분쟁은 수출의 37.6%를 미·중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다. 양국 갈등에 따른 투자 지연과 금융 불안 등까지 따지면 충격은 더 커진다. 양국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받는 전략적 딜레마는 더 큰 위험이다. ALC 미측 참석자들은 "동맹국들은 미국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이 순간을 외면하면 나중에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편에 서 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식의 눈치 보기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떤 준비가 돼 있나. 국제 정세에 태풍이 몰아치는데 일엽편주 안에서 우리끼리 무엇을 하고 있나.
조선일보 A39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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