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복숭앗빛이 된 칸, 그래도 性차별로 시끄럽고…

송혜진 기자
입력 2019.05.15 22:05 수정 2019.05.16 00:49

14일 짐 자무시 영화로 개막한 칸 영화제… 여성 폭행한 알랭 들롱의 명예상 등 논란
국내선 봉준호 '기생충', 경쟁 부문 진출

'우아한 복숭앗빛과 연분홍빛이 2019년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물들였다.' 미국 하퍼스바자가 게재한 기사의 일부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개막한 72회 칸영화제는 뜻밖에도 고전적인 모습으로 시작됐다. 이날 오후 7시 30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시작된 개막식을 가장 먼저 빛낸 이는 스물한 살 나이로 최연소 심사위원이 된 배우 엘르 패닝. "지나치게 어리다"는 세간의 지적을 수그러들게 하려는 듯 패닝은 고전적이고 우아한 복숭앗빛 망토가 달린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섰다. 영국 데일리메일이 '이날 레드카펫의 승자는 패닝'이라고 썼을 정도다.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은 전통적으로 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지킨 이들만 설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은 하이힐을 신어야 하고, 남성 역시 턱시도 슈트를 입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작년 '미투 열풍'이 불면서 이를 거부하는 몸짓도 있었다. 여성 영화인 82명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성 차별을 없애자"며 레드카펫을 행진했다. 올해 개막식은 일단 작년보단 밝고 경쾌한 분위기다. 개막작인 짐 자무시 감독의 좀비 영화 '더 데드 돈 다이'를 보러 프리미어 시사에 참석한 브라질 출신의 수퍼 모델 이자벨 굴라르의 등이 깊게 파인 보랏빛 드레스, 가수 겸 배우인 설리나 고메즈의 란제리룩 드레스가 화제를 모았다.

(사진 왼쪽부터)14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궁리, 망토가 달린 드레스를 걸친 칸 영화제 최연소 심사위원이자 배우인 엘르 패닝, 등이 파인 보랏빛 드레스를 입은 브라질 출신의 모델 겸 배우 이자벨 굴라르.이미지 크게보기
(사진 왼쪽부터)14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 궁리, 망토가 달린 드레스를 걸친 칸 영화제 최연소 심사위원이자 배우인 엘르 패닝, 등이 파인 보랏빛 드레스를 입은 브라질 출신의 모델 겸 배우 이자벨 굴라르. /신화 연합뉴스·EPA 연합뉴스

레드카펫은 우아했지만 영화제를 둘러싼 논란은 적지 않다. 프랑스 원로 배우 알랭 들롱이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화계 곳곳은 들끓고 있다. 들롱이 과거에 여성을 때렸다는 사실을 최근 한 TV 프로에서 시인했기 때문. '여성과 할리우드' 같은 단체는 들롱의 수상 철회를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 14일까지 2만여 명이 서명했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여성 감독이 여전히 적은 것도 논쟁거리다. 작년 칸 영화제가 영화계의 성 불평등 문제를 적극 해소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올해 21편의 경쟁 부문 중 여성 감독 작품은 4편으로, 작년보다 한 편 늘어난 것에 그쳤다. 칸 영화제 측은 "세네갈 출신 프랑스 감독 마티 마옵은 '아틀란티크'로 경쟁 부문에 입성한 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감독"이라고 밝혔지만 논쟁은 사그라들지 않을 듯하다.

경쟁 부문엔 켄 로치('소리 위 미스드 유'),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아메드'), 태런스 맬릭('어 히든 라이프'), 페드로 알모도바르('페인 앤 글로리'), 자비에 돌란('마티아스 앤 막심'),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작가주의 영화를 만들어 온 거장 감독들이 대거 진출했다. '칸의 남자'로 불리는 봉준호 감독도 '기생충'을 들고 경쟁 부문에 진출,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조선일보 A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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