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유시민은 문장 공부 다시 하라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5.15 19:5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얘기를 하겠다. 유 이사장이 어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대담을 진행한 KBS 송현정 기자에 대해 비판했다. 유시민 이사장의 말을 옮기면 이렇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될 라인이 있는데, 송 기자가 거기서 살짝 삐끗했다." "공중파의 야구 중계는 객관적으로 해야한다." "(당시 대담에서) 제일 큰 파문이 일었던 것은 (문 대통령에게) '독재자라는 말 듣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이었다." "'누군가 이렇게 주장한다'고 제3자로서 전달하면서 본인의 소회를 묻는 형식이었으면 괜찮았는데, 거기에 인터뷰어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함께 개입된 형식으로 문장이 구성됐다."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정치인들 인터뷰하는 다른 기자들도 그 점을 깊이 염두에 둬야 한다."

자 하나씩 따져보자. 결론적으로 유시민 이사장이 뭔가 오해했다. 송현정 기자는 제3자로서 그 뜻을 전달하는 질문을 했다. 당시 송 기자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가 주도해서 여당이 끌어가는 것으로 해서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이야기하는 것 아니겠느냐? 독재자라는 말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셨냐?" 이렇게 질문했다. 즉, 자유한국당이 당신을 독재자라고 한다, 는 식으로 물었다. 다시 말해 제3자로서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 본인의 소회를 물었다.

유시민 이사장은 도대체 송 기자 질문의 어느 부분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유시민은 "인터뷰어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함께 개입된 형식으로 문장이 구성됐다"면서 언론사 기자의 문장론까지 들고 나왔다. 자신을 한때 작가라고 칭했던 유시민 작가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문장을 가르칠 수 있다는 오만이 묻어나는 말이다.

우리가 보기엔 송 기자의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 최대한 배제된 질문이었다. 청와대가 주도하고 여당이 끌어가고 야당 의견은 반영하지 않으니 자유한국당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듣는 대통령의 느낌은 어떠셨느냐, 고 물은 것이다. 이 말은 받아서 문 대통령은 "(그들이 나를) 좌파 독재라고 하지요" 하면서 오히려 야당 쪽에서 그런 말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제3자로서 묻고 있다는 것을 문 대통령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유시민은 도대체 송 기자 질문의 어느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문장론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유시민 이사장이 언론사의 중견 기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유시민 작가가 뭘 알겠는가. 기자가 묻는 질문에 ‘좋은 질문’, ‘나쁜 질문’이란 없다. 아무리 유치해 보이는 질문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리 거친 질문이라 할지라도 구독자와 시청자를 대신해서 물어야 할 질문은 던져야 한다. 그게 기자다. 기자는 예의를 차리거나 덕담을 하려고 상대를 인터뷰하는 게 아니다. 그 상대가 대통령이든 그 누구든 관계없다. 원칙은 동일하다. ‘살짝 삐끗한’ 사람은 송 기자가 아니라 유시민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대담 기자한테 ‘독재자’란 표현을 들었을 때 당혹스럽고 불유쾌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이야말로 문재인에게는 일대일호의 정치적 기회였다. 아무리 당혹스럽더라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했으면 어떨까. "야당과 일부 국민들에게 그렇게 보였던 부분이 있다면 저의 부덕의 소치요 불찰일 것입니다. 앞으로는 야당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일단 운을 뗀 뒤 "그런데 생방송에서 대통령에게 독재자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은 제가 독재자가 아니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겠지요?" 이렇게 받아쳤더라면 어땠을까. 우리 대통령이 그런 여유와 위트를 보여줬더라면, 그날 밤 100만 명은 문재인 지지자로 돌아섰을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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