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탐험가 김현국, 유라시아대륙 네 번째 횡단 도전…"우리 청년에 희망 주고파"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입력 2019.05.15 17:30
광주 김현국씨, 26일부터 90일간 대장정
부산서 출발 암스테르담까지…모터바이크 왕복 2만5000㎞
"대륙 횡단도로 관련 자료 구축…우리 청년에 희망 주고 싶어"

24년째 시베리아를 포함한 유라시아대륙 횡단도로를 중심으로 탐험과 자료 구축을 해온 탐험가 김현국(51)씨가 모터바이크를 타고 네 번째 대륙 횡단에 나선다.
오는 26일 아시안하이웨이 6번도로(AH6) 국내 기점인 부산을 출발, 동해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시베리아~모스크바~암스테르담까지 달린다. 돌아오는 길은 로테르담~파리~밀라노~부다페스트~바르샤바를 거쳐 모스크바에 도착한 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이용해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동해~부산~광주로 이동할 예정이다. 왕복 2만5000㎞를 달리는 대장정은 8월 26일까지 꼬박 90일이 걸린다.

"대륙의 길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변화들과 따끈따끈한 자료를 수집할 겁니다." 그는 "지난 2010년 러시아 횡단도로가 완성된 이후 자동차 이동량이 급증하면서, 도로가 지나는 곳곳에 주유소와 여행자 숙소, 자동차 정비소, 휴게소 등이 들어서고 있다"며 "다국적 자본에 의해 이들 지역에 경쟁적으로 몰려드는 제품 등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회와 위험 요소 등을 꼼꼼히 살피고 자료를 구축하는 일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의 모터바이크 앞에 선 탐험가 김현국씨. /김현국씨 제공.
김씨와 유라시아 대륙의 인연은 1996년 시작됐다. 대학을 졸업하던 날 그는 모터바이크를 비행기에 싣고 시베리아로 떠났다. 도로도 갖춰지지 않은 시베리아를 건너 모스크바까지 1만 2000㎞를 8개월 만에 횡단했다. 낯선 땅 사람들과 숲 속의 맹수 등 수많은 위협과 길 없는 황무지를 가로지르며 사고로 인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무모한 모험이었지만,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통일 이후의 한국, 한반도로부터 확장된 공간으로서 유라시아 대륙에 대해 누군가 자료를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소비에트 몰락 후 유라시아 대륙은 서방세계에게 새로운 시장이자 자원의 보고로 떠올랐다"며 "우리와 국경을 마주한 이 대륙에서 기회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대학 시절, 책 속에서 우편배달 마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했던 안톤 체홉의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모터바이크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데 큰 영감을 줬다고 그는 말한다.
이후, 세계탐험문화연구소 등을 운영하며 북유럽과 중앙아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에 체류하며 탐험을 계속해온 그는 18년 만인 2014년 두 번째 대륙 횡단에 나섰다. 2010년 완성된 러시아 횡단도로를 따라 모터바이크로 부산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2만6000㎞(시베리아횡단 열차 9288㎞, 배 1800㎞ 포함) 대장정이었다.

탐험가 김현국씨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 루트. /김현국씨 제공.
그는 이어 2017년 세 번째 대륙횡단에 나섰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출발 직후, 당초와는 달리 바이칼호까지로 바뀐다. 강원 동해항에서 9명의 바이크 여행자들을 만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고 한다.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위해 모여든 20대 휴학생에서부터 60대의 멋쟁이 신사까지 전국에서 모여든 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는 한국 사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당장 직접 운전해 대륙을 달리는 일이 이제는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2주가량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인을 기준으로, 평소 운전하는 자신의 자동차로 당장 움직일 때 왕복할 수 있는 거리가 바이칼호수까지"라며 "이들에게 유라시아 대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세밀한 자료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번 횡단에서 그는 대륙횡단 도로와 주변 지역의 변화에 대한 자료 수집 외에도, 육로 교통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갖는지,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 구간의 문화자원 등도 함께 조사해 자료화할 계획이다.

유라시아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447㎞라고 쓰인 표지판이 보인다. /김현국씨 제공.
최근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배편(주 2회)에 모터바이크 등 탈 것을 싣는 예약이 8월까지 거의 가득찼다고 한다. 그만큼 유라시아 대륙 횡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뜻한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연해주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고, 러시아의 작은 도시들에선 총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매력 만큼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그동안 구축해온 자료에 이번 횡단에서 추가로 수집한 정보들을 더해 인구 45억명의 거대 시장이자 자원의 보고인 유라시아 대륙의 변화와 기회, 위험 요소들을 DB(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유라시아 대륙(횡단)에 관심을 가진 이들과 공유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50을 넘은 탐험가를 다시 대륙으로 떠나도록 하는 원동력은 취업난 등으로 우울해 보이는 우리 청년세대다.
"대륙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섬처럼 고립된 한반도 남쪽의 울타리를 벗어나 드넓은 대륙에서 맘껏 날개를 펼치는 청년들을 보고 싶어요." 그는 "디지털 혁명 시대에 지구의 대동맥을 따라 이동하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찾는 도전정신이 필요한 때"라며 "우리 청년들에게 유라시아 대륙에 잠재된 기회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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