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승리 영장재신청 어려운 상황"…또다시 '부실수사 논란' 후폭풍

박소정 기자 백윤미 기자
입력 2019.05.15 17:00 수정 2019.05.15 17:21
경찰, 영장 기각에 "재신청 얘기하기 어려워"
네티즌 "경찰청장, 부실수사 인정하고 사퇴하라"
‘애나→윤중천→승리’ 신종열 판사에 대한 ‘신상털기’도
법조계 "영장 기각은 경찰 수사 부실했기 때문"

"(승리의)신병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수사가 거의 막바지라 향후 수사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날인 15일 서울지방경찰청 고위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영장 재신청을 얘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승리가 입대할 예정인) 다음달 전까지 검찰에 송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승리에 대해 강도높은 재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신청하기 보다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승리와 동업자 유인석(34) 전 유리홀딩스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이 또다시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네티즌은 승리 측과 유착 관계 때문에 일부러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영장을 기각한 판사에 대한 해임청원도 올라왔다.

법조계에서도 승리의 영장이 기각된 것은 횡령 등 핵심 혐의에 대한 증거부족 때문이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왔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수 승리가 14일 밤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 고강도 수사에도 영장 기각…네티즌 "보여주기식 수사만 했나"
법원이 승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네티즌들은 화살은 먼저 경찰로 향했다. 경찰은 이른바 ‘버닝썬 사건’이 터지자 150여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해 100일 넘게 수사했다. 승리를 소환 조사한 것만 18차례였다. 하지만 법원이 승리와 동업자인 유 전 대표의 혐의를 두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고, 승리 측과 10차례 골프·식사를 한 ‘경찰총장’ 윤모(49) 총경도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됐다. 승리 측과 경찰의 유착 의혹 수사가 사실상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티즌 사이에선 "사회적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경찰이 ‘보여주기식 수사’만 한 것 아니냐" "성매매에 횡령, 마약 등 모든 의혹을 국민이 알고 지켜보고 있는데 영장 기각이라니 경찰청장은 부실수사를 인정하고 사퇴하라"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승리가 경찰과 유착 관계에 있어 경찰이 수사를 덜 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신종열 부장판사 해임 건의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법조계 "경찰이 제대로 증거를 제시 못 해 영장 기각된 듯"
경찰은 승리에 대해 횡령, 성매매, 성매매 알선(성접대), 식품위생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조계에선 성매매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만으로는 구속이 어려운 만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상 횡령 혐의가 영장 발부 여부의 핵심이라고 봤다.

경찰은 승리와 동업자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2016년 7월 강남에 차린 주점 ‘몽키뮤지엄’의 브랜드 사용료 명목으로 버닝썬 자금 2억6000여원을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또 버닝썬이 유 전 대표가 설립한 네모파트너즈에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2억6000여만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서도 횡령 혐의가 있다고 봤다. 특가법은 횡령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승리 측은 이에 대해 "버닝썬 회계에 대해서는 보고받은 일이 없고, 컨설팅비 등은 정당한 용역의 대가였다"고 반박해왔다. 경찰이 무리하게 횡령 프레임을 씌웠다는 것이다.

신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하면서 "유리홀딩스와 버닝썬 법인의 법적 성격과 자금 인출 경위, 자금 사용처 등에 비춰 형사책임의 유무와 범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횡령 혐의와 관련해 법인 등으로 들어간 돈의 사용처를 대부분 특정했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법원은 횡령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성매매 알선과 성매수 혐의에 대해서도 "혐의 내용과 소명 정도, 피의자의 관여 범위, 수사 경과, 수집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 등과 같은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광삼 변호사는 한 방송에서 "법원이 결과적으로 증거인멸이나 도주가 없다고 해서 영장을 기각했지만 영장의 기각 사유만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범죄 혐의에 대해서 경찰이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며 "경찰의 부실 수사를 했거나 아니면 열심히 수사했다 하더라도 어떤 실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있어서는 한계가 있지 않았나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15일 오전 인터넷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승리 갤러리에 “우리들의 영원한 ‘승츠비’ 승리에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편지글. /디씨인사이드 승리 갤러리 캡처
◇법원에까지 불똥…‘영장 기각 판사 해임’ 靑 청원도
영장 기각의 불똥은 법원까지 튀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승리 구속영장을 기각한 신종열 부장판사 해임 건의’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공부만 잘해서 판사가 된 사람이 아닌 양심과 심장이 살아있는,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해주시는, 존경할 수 있는 판사를 원한다"고 했다. 15일 오후 4시 10분 현재 청원에는 6440명이 참여했다.

일부 네티즌은 신종열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앞서 클럽 버닝썬의 보안책임자 장모씨와 전 MD(영업사원) ‘애나', ‘김학의 의혹' 건설업자 윤중천씨 등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거론하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포털에는 "최종훈, 정준영이 구속인데 보스급인 승리가 기각이라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사법적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심지어 신 부장판사의 소속과 나이 등 개인정보를 공개해 ‘신상털이’까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기각 결정을 내린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터넷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승리 갤러리에는 이날 오전 "우리들의 영원한 ‘승츠비’ 승리에게"란 제목의 편지글이 올라왔다. ‘여전히 승리를 응원하는 팬들’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기각 결정은) 사회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법리와 증거에 따라 소신 있게 내린 판결로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건강한 사회의 증표"라고 했다.

이 글에는 "판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응원하는 팬들도 많이 있으니 (승리가) 힘 냈으면" "정의는 승리한다"와 같은 댓글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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