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숙명여고 교무부장에게 '징역 7년' 이례적 구형한 까닭은?

백윤미 기자
입력 2019.05.15 15:29 수정 2019.05.15 15:35
지난해 9월 7일 숙명여고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의 두 딸은 정답을 미리 알고 시험을 보았습니다."

이른바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2)씨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며 한 말이다.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인데, 검찰은 경합범으로 가중해 구형했다. 최대 구형 형량인 7년 6개월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이 제시한 주요 논리는 이렇다.

①"메모 카드에 정답 빼곡…단톡방에 띄워주는데 왜 따로 적나"
검찰은 첫 번째로 현씨의 자택에서 압수한 손바닥만한 크기의 메모 카드와 가로 7.5cm·세로 2.5cm 크기의 포스트잇을 증거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전과목 시험 문제의 답안이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작은 딸은 "시험이 끝난 뒤 한꺼번에 채점하려고 반장이 불러준 답을 적었다"며 "미리 채점을 하면 다음날 시험에 영향이 있어서 그랬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시험 답은 반 학생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 전부 공지되기 때문에 대부분 따로 적어두는 경우가 없다"고 했다. 특히 검찰은 "주관식의 경우 미리 적어두면 자신이 틀렸는지, 맞혔는지를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다음날 시험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적어놨다는 작은 딸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작은 딸이 포스트잇에 적은 정답은 실제로 반장이 불러준 답과 달랐다"면서 "이는 미리 (아버지에게 받은) 정답을 적어놓은 게 분명하다"고 했다.

또 딸들이 시험지에 엄지손가락 정도 되는 넓이에 20여개의 정답을 숫자로 적어놓은 것도 증거로 내놨다. 이에 대해 큰 딸은 "반장이 정답을 불러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시험지 여백에 적었다"고 했다. 검찰은 "속도가 빨랐으면 어떻게 1번부터 끝까지 모두 정답을 적을 수 있었느냐"며 "담임교사도 반장이 당시 정답을 빠르게 부르진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이어 "작은 딸은 객관식 답의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답을 적었다고 하지만 굳이 알아보기도 힘든 작은 종이에 적을 필요가 없다"며 "시험 전 정답을 잊지 않기 위해 적은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앞쪽)가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실수한 출제교사 정답과 일치...15만분의 1"
검찰은 이날 쌍둥이의 시험 오답이 교사의 실수와 같은 점은 매우 드문 경우라고 강조했다. 작은 딸은 화학 시험에서 출제 교사가 실수로 정답으로 표기한 ‘10:11’을 정답으로 적었다고 한다. 맞는 정답은 ‘15:11’이었다. 이과생 218명 중 ‘10:11’을 답으로 적은 학생은 현씨의 작은 딸 뿐이었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출제 교사도 왜 ‘10:11’이 나왔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며 "단순 실수로 확인됐지만, 이게 답안 유출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실수가 답안 유출을 대비해 함정을 파놓은 것이라는 의혹까지 일었다. 검찰은 "교사와 학생이 같은 오답을 적어 낼 확률은 15만 분의 1"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를 위해 계량통계학 전공 교수를 증인으로 불렀다.

검찰은 또 쌍둥이가 속한 학년의 정기고사 시험에서 정답이 잘못돼 1년 동안 9번이 바뀌었는데, 쌍둥이가 그중 8번 잘못된 정답을 적어낸 것도 문제삼았다. 쌍둥이가 100점을 받지 못한 시험은 대부분 정답이 바뀐 시험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1년간 9번 바뀐 정답 중 8번 바뀌기 전 정답을 적을 확률은 100만 명 중 82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8월 31일 숙명여고 정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교무부장의 시험지 유출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태경 기자
③"쌍둥이만 기적같은 성적 상승...불가능하다는 게 중론"
쌍둥이의 성적 상승은 그야말로 ‘고공행진’이었다. 검찰은 이같은 변화가 비정상적이며 다른 학생들의 성적 변화 추세와도 정반대였다고 했다. 작은 딸의 수학 성적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부터 59.9점75점100점95.7으로 상승했다. 큰 딸도 동생의 수학 성적 변화와 정확히 똑같았다. 마지막 시험 성적이 떨어진 이유는 정답이 잘못 전달돼 바뀐 경우였다. 검찰은 "어느 누구에게 물어봐도 특히 수학 과목에서 이러한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라며 "수학 성적 올리기 어려운 것은 자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일"이라고 했다.

또 쌍둥이는 숙명여고에서 모의고사 성적과 내신의 성적 차가 가장 큰 학생들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 사람에게 일어나도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모의고사는 미리 답안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검찰은 성적 변화 그래프에 따라 동급생들이 1학년 2학기 기준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추세인 것과 달리 쌍둥이만 반대로 대폭 상승했다는 점도 증거로 들었다. 검찰은 "결론적으로 두 딸은 답안을 미리 알고 시험을 봤다"며 "답안을 유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교무부장 아버지가 딸들에게 내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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