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잔 나바니 제트라인그룹 부회장 "인도 공략엔 소득·지역차·변화 이해 필수"

유한빛 기자
입력 2019.05.15 10:38
"인도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꼭 알아둬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아직 평균 소득이 낮다는 점, 지역차가 크다는 것, 그리고 사회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는 사업하기 어려워요."

인구 14억명에 육박하는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통신시장이다. 인도 통상산업부 산하인 인도브랜드자산관리재단(IBEF) 집계에 따르면, 2018년 9월 기준 인도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5억6001만명이다. IBEF는 휴대전화 보급이 빠르게 늘고 요금까지 내려가면서 앞으로 5년 동안 인터넷 사용자가 5억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도의 전화 이용자 수는 11억9787만명(유·무선 합산)에 달한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인도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조선비즈가 한국을 찾은 라잔 나바니(Navani·48) 인도 제트라인그룹(JetLine Group of Companies)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물었다.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한 라잔 나바니 인도 제트라인그룹 부회장은 14일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도인들이 인도기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기업”이라며 “두 기업은 인도시장을 잘 이해해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태경기자
나바니 부회장은 조선일보가 ‘기로에 선 세계: 구체적 해법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14일부터 이틀 동안 개최한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 첫날 진행된 ‘비즈니스&리더십 2020’ 트랙의 ‘17억人 시장이 부른다: 인도’ 세션 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인도 사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되, 기업환경의 변화에 맞춰 디지털전략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제트라인그룹은 1930년대 말 태국의 작은 직물 수입업체로 시작해 정보통신·콘텐츠 분야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다. 1960~1980년대 포장재 생산 등 제조업과 부동산개발업으로 사세를 키웠고, 회사 기반을 인도로 옮기며 통신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게임·스포츠 중계·음악서비스 등 온라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一직물수입업체로 시작해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분야의 선두주자로 탈바꿈했다. 변신의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의 기업 철학은 ‘기업이란 주변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 초기에는 의식주 같은 생존의 기본 요소를 공급하는 일이 급선무였다고 판단해 유럽의 좋은 옷감을 수입해 팔았다. 이후 독자적으로 직물, 포장재, 철강제조업을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아파트 건설업으로 확장했는데, 주택사업의 경우에는 자본이 필요하지 않겠나. 당시 태국의 제조업이 성장했는데, 인도 대기업 중 하나인 아디티야비를라(Aditya Birla)그룹이 태국에 진출하면서 우리와 협력하게 됐다.

벌써 8, 9년 전 일이다. 당시 열살 무렵이던 딸에게 ‘생일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예쁜 옷도, 맛있는 음식도 아닌 휴대전화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야말로 지금의 십대, 즉 새로운 세대의 생활 필수품이란 얘기다. 앞으로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디지털 우선(digital first)’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고, 그에 맞춰 온라인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했다."

一기업 활동에 ‘디지털 우선’ 전략을 도입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과정(process)이 달라져야 한다. 이전까지 기업들은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에서 팔았다. 디지털 시대에는 제품을 만들기 전에 소비자의 의견을 살펴야 한다. 옷을 생산할 때 소매업체나 유통업체로부터 ‘이 옷은 몇 벌쯤 팔릴 것 같다’는 예측만 참고하거나 빨간색 100벌, 노란색 100벌 같은 식으로 일률적으로 만들면 급변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따라잡을 수 없다.

클라우드서비스와 데이터, 사회적 이동성(mobility)의 시대다.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만큼이나 방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고 신속하게 활용하는 기술이 중요해졌다. 어떤 제품을 누구에게 어떤 시점에 팔 지도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수집한 정보를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파는 데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핵심 사업군은 세 가지, 미디어·엔터테인먼트·스포츠라고 봤다."

­一인도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우선 인도 소비자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첫째, 인도는 아직 국민소득이 적은 시장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소득 수준이 높은 시장과 동일한 판매방식이나 가격정책으로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게다가 인도는 지역 간 소득차도 크고 경제적 불평등도 높다. 한 제품을 인도 전역에서 동일한 가격에 파는 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똑같은 샴푸라도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에서는 병 단위로 팔고, 시골에는 1회분만큼 봉지 단위로 단돈 몇 센트에 파는 게 알맞다는 뜻이다. 인도시장에서 이런 가격 차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기업이 유니레버다. 싼 값에 팔더라도 소비자들이 매일, 자주 사게 만드는 방식이 주효할 수도 있다. 물론 구매력이 큰 계층도 있다. 고소득층과 부유층은 품질 좋은 제품이라면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할 것이다. 인도 소비자들 사이의 경제적인 격차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로, 인도 시장을 단일 시장으로 봐선 안된다. 지역별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인도에는 29개 주가 있고, 주마다 지역색과 문화가 조금씩 다르다. 인도 사회의 주요 언어만 22개인데 방언도 수 백 개에 달한다. 인구가 13억명이 넘는 시장이 동질적일 수 있겠나.

덧붙여 인도 기업과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적절한 현지 기업을 찾아 협력 관계를 만들면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데 도움이 될 거로 본다. 인도는 훌륭한 인재가 많은 나라다. 영어 구사 능력과 이공계 지식을 갖춘 인도인 직원은 인도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는 데도 보탬이 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인도 출신 기술자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한 인도인 직원은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도사회는 계층간 이동이 활발하고 생활양식이 급속하게 변한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겠다. 내 아버지 세대와 내 세대, 자녀 세대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은 완전히 다르다.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있음에도 인도는 저소득층이 중산층, 부유층으로 성장할 기회가 여전히 많이 남은 편이다. 사회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휴대폰 보유자 수나 인터넷 사용자 수 같은 통계를 몇 년 전 자료로 파악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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